이오지마 전투 참전 최고령 美해병대원 103세로 별세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태평양 전쟁 말기, 미국과 일본의 격전이 펼쳐진 이오지마 전투(1945)에서 살아남은 최고령 미 해병대원이 세상을 떠났다.
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해병대 소식지 마린타임스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 중부 메이콤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존 문이 지난달 29일 103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문은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후 미 해병대에 자원 입대, 제5 해병사단 소속으로 이오지마 전투에 투입됐다. 당시 28세로, 결혼해 어린 아들까지 둔 상태였다.
문은 모교 웨스턴 일리노이대학 박물관에 남긴 글에서 "어떻게 자원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내 가족과 세계를 또다른 전쟁으로부터 지켜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전투 13일 만에 부상해 하와이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미국 대통령 명의로 수여되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문은 2차대전 종료 후 고향 메이콤으로 돌아와 부인 베아트리체(1998년 사망)와의 사이에 두 자녀를 더 낳고,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며 살았다. 그는 메이콤 시의회 시의원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문은 102번째 생일을 맞은 지난해, 웨스턴 일리노이대학의 여자농구 경기에 초청돼 미국 국가를 독창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관심을 끌며 전국적인 화제가 된 바 있다.
전투 당시를 회상하듯 눈을 감고 힘차게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남동쪽의 화산섬 이오지마에서 36일간 벌어진 이오지마 전투는 미군 6명이 이오 섬에서 가장 높은 수리바치 산 정상에 성조기를 세우는 장면의 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2006년, 이오지마 전투를 미군 관점에서 풀어낸 영화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과 일본군 관점에서 풀어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 from Iwo Jima)를 각각 제작하기도 했다.
이오지마 전투의 미군 전사자는 6천821명, 부상자는 2만1천865명으로 집계됐으며, 일본군은 2만933명의 수비 병력 중 2만129명이 전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존 문의 추모 예배는 오는 7일 메이콤의 웨슬리 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리며, 그는 참전용사에 대한 정식 예우를 받아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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