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간판' 석유기업 엔카나 미국으로 본사 이전 계획
회사명도 '오빈티브'로 변경 예정…"투자 유치·사업 경쟁력 강화 목적"
내년 초 이사회 의결·정부 승인 거쳐 진행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의 간판 석유업체인 엔카나가 미국으로 본사를 옮길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본사를 이전하면서 회사명도 '오빈티브(Ovintiv)'로 바꿀 계획이다.
엔카나 본사의 미국 이전은 내년 초 이사회 의결과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쳐 이뤄질 예정이다.
엔카나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최대 규모의 석유사로 현재 대표적 산유지인 앨버타주 캘거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엔카나의 더그 서틀스 최고 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엔카나는 투자 유치 활성화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사의 미국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틀스 CEO는 "본사 이전에 따른 직원 감축이나 투자 전략 전환은 없다"면서 "앨버타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진행되는 석유·가스 사업은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엔카나를 석유 가스 업체로 한정해온 시장의 인식으로 회사 가치가 절하돼왔다면서 "(엔카나가) 근본적인 사업 전환을 계속해 온 만큼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틀스 CEO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본사 이전이 석유 산업을 둘러싼 정부 정책이나 정치적 논쟁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엔카나의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회사 가치가 미국의 동종 업체보다 저평가돼 왔다며 이 때문에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미국의 자본 시장 접근에 애로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이전을 계기로 장기적인 회사 가치를 끌어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엔카나는 연초 미국 텍사스의 유전 개발사 '뉴필드 탐사'를 55억 캐나다달러(약 4조9천억원)에 인수하는 등 미국 내 자산 비중을 계속 늘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와 정가에서는 아쉬움과 탄식이 잇따랐다.
업계의 한 분석가는 "오늘은 캐나다 에너지 업계에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엔카나의 역사에 밝은 한 전문가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며 "회사의 중추가 미국으로 가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엔카나의 본사 이전을 캐나다의 석유 가스 업계 투자 위축 때문으로 이해하면서도 석유 산업에 적대적인 정부 정책을 원망했다.
앨버타주 소냐 새비지 에너지부 장관은 석유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거나 석유 수송선의 연안 항해를 제한하는 등 정부의 각종 입법 정책이 엔카나를 미국으로 내몰았다며 "그들은 업계가 원하는 것을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고 연방정부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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