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아들 '좌파 증오·군사독재 미화' 발언 구설
정치권 강력 비난 "헌법에 대한 도전"…야권, 의원직 사퇴 촉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하원의원이 잇단 강성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31일(현지시간) 한 언론인과 인터뷰를 통해 좌파세력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면서 과거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 시절의 강력한 탄압 정책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인터뷰는 지난 28일 이뤄졌고 사흘 만인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됐다.
에두아르두 의원은 좌파진영이 모든 문제를 아버지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탓으로 돌린다면서, 좌파가 급진적인 행태를 보이면 새로운 'AI-5'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5'는 군사독재정권 초기인 1968년 말에 제정된 일종의 '보안법'으로 의원에 대한 탄핵과 정치적 권리 정지, 해임, 정계 은퇴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법은 좌파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이용됐고, 좌파 인사들이 대거 사망·실종되는 원인이 됐다.
에두아르두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강력한 비난이 제기됐다.
다비 아우콜룸브리 상원의장은 "그의 발언은 매우 유감이며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증오에 가득 찬 발언이며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노동자당(PT)을 비롯한 좌파 정당들의 반응은 더욱더 거칠었다.
좌파 정당들은 에두아르두 의원을 하원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노동자당 후보로 나섰던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은 "그에게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처벌은 의원직을 사퇴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도 비난에 가세했다. 브라질변호사협회(OAB)의 펠리피 산타 크루스 회장은 "에두아르두 의원이 AI-5를 언급한 것은 파시스트적인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산타 크루스 회장은 "보우소나루 가족들은 파시즘 전략을 통해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보우소나루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한편, 집권당인 사회자유당(PSL) 원내대표이자 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두아르두 의원은 지난 29일에는 하원 연설을 통해 칠레 시위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브라질에서도 벌어지면 강력한 경찰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에두아르두 의원은 "칠레는 중남미에서 1인당 소득 수준이 가장 높고 연금제도도 잘 정비된 라틴아메리카의 모범사례"라면서 이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치적으로 돌렸다.
하원 연설에서도 에두아르두 의원은 좌파세력에 대해 강한 증오심을 드러냈다.
그는 "그들은 칠레에서 벌어지는 일이 브라질에서도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좌파세력이 지난해 대선 결과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지는 않은 채 브라질에서 시위로 극단적인 사태가 조성되면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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