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난사 미화한 게임 금지 처분

입력 2019-10-31 15:59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난사 미화한 게임 금지 처분

검열 당국 "선을 넘었다…국민 대부분이 혐오스럽게 여길 것"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지난 3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2곳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미화하는 게임이 출시돼 뉴질랜드 정부가 금지 조처를 내렸다고 로이터·DPA통신 등 외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비드 섕크스 뉴질랜드 수석검열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사건 당시 범행 장면을 재현한 게임이 '부적절'(Objectionable) 등급을 받아 판매 및 소지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에서는 1993년에 시행된 영화영상출판물분류법에 따라 성, 범죄, 폭력 등을 다뤄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출판물을 이 등급으로 분류하고 판매와 소지를 막고 있다.

섕크스 수석검열관은 "이 게임 개발자들은 플레이어를 백인 우월주의자 테러리스트의 입장에 놓는 게임을 생산해냈다"라며, "이 게임에서 백인 이성애자 남성이 아닌 모든 사람은 단지 존재한다는 이유로 공격 대상이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뉴질랜드 국민 대부분이 이 게임을 혐오스럽게 여길 것이며, 우연히라도 접하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섕크스 수석검열관은 이어 몇몇 개발자들이 백인 우월주의와 연관된 게임을 여러 개 만들어내 이를 수익원으로 삼으며, 이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고객이 이 게임들을 구매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개발자들은 자신의 행위를 '풍자'라고 포장할 테지만, 이 게임은 농담이 아니다. 선을 넘는다"라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3월 15일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 한 백인 남성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 이슬람 신자 51명을 살해했다.

해당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호주인 브렌턴 태런트는 내년에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검열당국은 태런트가 범행 전 올린 글과 그가 자신의 범행 장면을 직접 찍은 생중계 영상에 대해서도 금지 처분을 내렸다.

뉴질랜드 당국은 지난 9일 독일 동부 할레의 유대교회당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모습을 담은 35분짜리 생중계 영상도 다음 날인 10일 금지했다.

섕크스 수석검열관은 유대교회당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이 작성한 글도 금지 처분한다고 이날 밝혔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