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美연준, 금리인하 속도 조절해도 완화기조는 유지"
"미국 경기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12월 동결 후 내년에 조건부 인하"
국내 증권가, 완화기조 유지 확인에 방점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인하하자 31일 국내 증권가에서는 연준의 통화 완화적 기조가 다시 확인된 것으로 평가했다.
앞서 연준은 3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1.75~2.0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7월 말과 9월 중순을 포함해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9월 성명 문구 중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기준금리) 목표 범위의 적절한 경로를 평가하겠다"는 문구를 추가해 금리 동결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런 성명 문구 변화가 속도 조절을 위한 것일 뿐 연준이 인하 사이클을 완전히 끝낸 것은 아니며 미국의 경기 흐름을 볼 때 내년에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승원·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FOMC에서 25bp(1bp=0.01%) 금리 인하가 단행됐으나 회의 이전부터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확률을 이미 90% 이상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추가 금리 인하 시사 여부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성명서 문구 변화는 연준이 주장해온 '보험용 금리 인하' 차원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12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하면서 9월과 같은 조건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결국 이번 FOMC의 주요 메시지는 추가 금리 인하는 조건부로 언제나 가능하지만 시장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수렴하고 추가적인 재정정책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쉽지 않은 미중 무역협상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내년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경민·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경기 진단이 종전과 동일한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의 단서로 인식된 성명서 문구 삭제까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까지 3회에 걸쳐 연속해서 이뤄진 인하 행보는 '일단 멈춤'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지만 반대 소수의견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상당한 가운데 연속 3회에 걸쳐 금리 인하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인하는 경기가 나쁘지 않은데 확장을 더 연장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소위 '보험성 인하'의 범주를 넘어선 중기적인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지표 둔화가 본격화될 시기에 추가로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 당국은 여전히 주시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이 회견에서 최근 둔화하고 있는 투자, 수출, 특히 제조업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저물가를 근거로 금리 인상에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은 연준의 완화적 기조를 재확인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연속 인하 이후 속도 조절론이 구체화한 만큼 내년 1분기로 예상했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내년 상반기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윤창용·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연준은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를 이번으로 마무리할 방침이지만 파월 의장이 완화적 통화 기조 유지 필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시장은 통화정책 방향을 여전히 비둘기파적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은 시장 기대에 부합했다"며 "이에 금융시장 반응은 평온했고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상승했으며 채권시장의 일드 커브(국채수익률 곡선)도 정상화됐다"고 풀이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연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로써 12월 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되겠으나 내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해석했다.
김 연구원은 "내년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일시적으로나마 봉합되면 미국 지표는 센티먼트(투자심리) 중심으로 일부 개선될 수 있겠으나 실물 지표는 이미 반영된 무역 분쟁의 효과나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의 경기 부진 영향으로 사실상 개선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반기 대선을 앞두고 추가 재정정책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과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정책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종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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