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31일 예정된 '핼러윈 가면 시위' 놓고 곤혹
시위대, 복면금지법에 맞서 '핼러윈 코스튬 플레이' 행진 예정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 시위 사태로 어려움 겪는 식당 지원 나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10월 31일 '핼러윈 데이'에 홍콩에서 벌어질 도심 시위를 놓고 홍콩 경찰이 고심에 빠졌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는 31일 저녁 '핼러윈 코스튬 플레이'를 내걸고 빅토리아 공원에서 도심 센트럴에 있는 유흥가 란콰이퐁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고대 켈트족의 풍습에서 유래한 핼러윈은 10월 31일 밤 아이들이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면서 과자 등을 얻어먹고 즐기는 축제이다.
문제는 홍콩 정부가 지난 5일부터 공공 집회나 시위 때 마스크, 가면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법을 엄격하게 시행할 경우 31일 행진에서도 시민들이 가면 등을 착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핼러윈 코스튬 플레이'에서 가면을 못 쓰게 하는 것이 과연 적법하냐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홍콩 경찰은 일단 도심 곳곳에 3천여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삼엄한 경비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특히 애드머럴티 지역의 홍콩정부청사나 셩완 지역의 중국 중앙정부 연락사무소 인근에서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물대포 차 3대도 배치하기로 했다.
31일 시위에서 홍콩 시민들은 다양한 가면 등을 쓰고 행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해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이나 영화 '조커'에 나오는 조커 가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을 그린 가면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복면금지법을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천 홍콩달러(약 37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21주째로 접어들면서 시위 사태를 둘러싼 갈등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홍콩 경찰은 '경찰이 체포한 시위대를 성희롱하거나 살해하려고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게시물을 삭제해달라고 페이스북에 요청했지만, 페이스북 측은 이를 거부했다고 SCMP는 전했다.
지난달 22일 시위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짓밟은 후 연못에 던진 시위 참여자는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홍콩 시위에서 오성홍기를 훼손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모두 9명에 이른다.
지난 8월 13일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 때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 기자를 공격한 시위대 3명은 당초 불법 집회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가, 혐의가 폭동죄로 바뀌었다. 홍콩에서 폭동죄는 최고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홍콩 툰먼 지역에서는 정체불명의 고약한 냄새가 퍼져 지난 28일부터 지역 주민들과 경찰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 냄새가 인근 경찰 기지의 최루탄 등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이를 부인했다.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전 CK허치슨홀딩스 회장은 시위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요식업체에 2억 홍콩달러(약 3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달 초 리카싱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은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에 10억 홍콩달러(약 1천5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요식업체 지원은 그 첫 번째 사업이다.
종업원 50명 미만의 요식업체가 지원 대상이며, 지원이 결정되면 이달 말까지 6만 달러(약 90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홍콩요식업협회에 따르면 시위 사태 장기화로 300개에 육박하는 홍콩 내 식당이 문을 닫았으며, 이달 요식업 매출은 전달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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