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적은 내 친구' 러시아, 쿠바·베네수엘라와 협력 강화
미국 '뒷마당' 중남미에서 러시아 세 불리기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러시아가 미국의 뒷마당이라 불리던 중남미 지역에서도 세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의 제재에 직면한 쿠바, 베네수엘라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선출 후 첫 유럽 방문으로 전날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양국 간 최근 잦은 접촉과 관련, "미국의 위협에도 러시아와 쿠바의 우호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이달 쿠바 수도 아바나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의 쿠바 공세가 거세지는, 어려운 시기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쿠바인들은 러시아가 미국의 패권주의를 깨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면서 쿠바에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푸틴 대통령은 초청을 수락하면서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경제와 사회 문제들을 잘 처리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쿠바의 독립적 입장을 항상 특별한 공감을 갖고 고려해왔다"고 덧붙였다
분석가들은 크렘린 당국이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미국의 헤게모니에 맞선 지정학적 교두보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러시아와 쿠바 간 교역은 2013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한 5억 달러(약 5천845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러시아의 수출이 많이 증가했다.
양국은 또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지지한다는 공통점도 안고 있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려는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제재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해 있다면서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기 위해 자문관을 파견하고 차관을 제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한 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對)쿠바 화해 정책을 뒤집었다. 지난 6월 미국 크루즈선이 쿠바를 방문하는 것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아바나를 제외한 쿠바 전지역으로의 항공기 운항도 중단시켰다.
더타임스는 전날 메드베데프 총리가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내년 모스크바에서 열릴 2차대전 전승 75주년 행사에 초대하고 더 많은 회담을 갖기로 했다면서 "모스크바의 라틴 아메리카 구애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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