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종양, 면역 반응 조작 메커니즘 확인"

입력 2019-10-30 14:18
"유방암 종양, 면역 반응 조작 메커니즘 확인"

독일·네덜란드 연구진 저널 '셀 리포츠'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 종양이 자라기 시작하면 대부분 면역 체계에 포착되고,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Macrophages)가 몰려가 암세포를 먹어 치운다.

하지만 어떤 암 종양은 대식세포의 공격을 회피하고, 심지어 대식세포를 이용해 성장 속도를 높이기도 한다.

이런 암세포 덩어리는 대식세포를 다시 프로그램해(reprogram)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한다. 대식세포의 유전적 형질(genetic signature)을 바꾸는 것이다.

전이성이 강한 유방암 중에도 이렇게 면역 반응을 자기 맘대로 조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독일과 네덜란드 과학자들이 인간 유방암의 이런 면역 반응 조절 메커니즘을 동물 실험에서 확인했다. 일부 유형의 유방암은 생쥐와 동일한 면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면역 반응을 조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독일 본 대학 과학자들이 네덜란드 암 연구소 과학자들과 협업해 진행했고, 관련 논문은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실렸다.

본 대학이 29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암 종양이 유발하는 대식세포의 유전형질 변화를 확인하려면 통상 대식세포의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문제는 대식세포가 어떤 기관에 작용하느냐에 따라 유전형질 변화의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정 조직이 자체적으로 면역세포에 표시하는 이른바 '티슈 페인팅(tissue painting)'이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게다가 종양이 유도하는 유전형질 변화는 항상 일정하지 않고 환자에 따라 다르다.

본 대학 '생명·의학 연구소(LIMES)'의 생물 정보학 연구 그룹 리더인 토마스 울라스 박사는 "유전형질의 변화를 보면, 종양의 예후가 좋을지 나쁠지를 알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어떤 돌연변이가 암을 유발했는지에 따라 대식세포의 어떤 기능이 작동하기도 하고, 억제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환자의 조직 샘플만 갖고 이렇게 복잡한 문제를 풀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본 대학 연구진은 네덜란드 암 연구소의 종양 생물학자인 카린 더피서르 박사 팀과 손잡고, 생쥐의 암 종양에서 대식세포 유전형질 변화를 탐색했다.

먼저 유방암이 생긴 생쥐의 대식세포를 분리한 뒤 첨단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건강한 유방 조직의 대식세포와 어떤 유전형질의 차이가 있는지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또한 많은 유방암 환자의 대식세포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거의 동일한 유전형질도 찾아냈다.

이 경우 환자의 유방암이 생쥐와 같은 유형이라는 전제조건만 충족되면, 생쥐 실험 결과를 곧바로 인간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지 유방암 종양의 공격성을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면역세포의 유전형질을 보고 암세포의 생존 전략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면,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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