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무역전쟁에도 中수입박람회 참가 러시

입력 2019-10-30 11:35
수정 2019-10-30 13:24
美기업들, 무역전쟁에도 中수입박람회 참가 러시

미중관계 악화 분위기 불구 참여기업 늘어…작년 174개→올해 192개

프랑스 마크롱, 서방 정상으론 첫 참석…中, 美 포위망 균열 노려

中, 비공식 통상장관 회담 동시 열어 '미 일방주의 비판' 여론몰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년째 계속되는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크게 악화한 가운데서도 작년보다 더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의 '돈 잔치'인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여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에마뉘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수입박람회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미국 주도 대중 포위망의 균열을 노리는 중국이 반색하는 모습이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런훙빈(任鴻斌)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전날 설명회에서 내달 5일 개막하는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에 작년의 174개보다 많은 192개의 미국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미국 참여 기업에는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이 이미 중국에서 큰 매출을 올리는 기업 외에도 페이스북처럼 중국 시장 진출을 제한당하는 기업도 포함됐다.

런 부장조리는 미국 기업들이 전체 기업 전시관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한다면서 많은 미국의 포천 500대 기업 고위 경영진도 올해 수입박람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미국은 작년 7월부터 경쟁적으로 상대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통상 분야에서 시작한 양국 간 갈등은 외교, 안보, 기술, 인권 등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외교가에서는 기존 강대국과 새로 떠오르는 강대국이 반드시 충돌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도 회자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전쟁이 시작된 작년 국제수입박람회라는 무대를 고안했다.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워 자국에 유리한 국제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거대한 체제 선전장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년 1회 수입박람회 행사 때 중국은 578억 달러(약 67조원)에 달하는 계약이 체결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반적인 미중 관계의 악화 속에서도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국제수입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중국에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중국은 또 올해 수입박람회에 프랑스와 그리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을 대거 참여시키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중국중앙(CC)TV는 30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내달 4∼6일 중국을 국빈방문하고 2회 수입박람회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그리스·세르비아·자메이카 총리도 행사 기간 중국을 방문한다.



서방 주요국인 프랑스의 대통령이 국제수입박람회 기간 방중이 성사됨에 따라 중국은 향후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회 국제수입박람회에는 러시아, 체코, 라오스, 베트남, 쿠바 등 옛 사회주의권 국가와 제삼세계 국가의 정상급 인사들만 참석했을 뿐 서방 국가 정상의 호응은 전무하면서 '반쪽짜리 단합대회'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점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은 중국에 고무적인 외교 성과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큰 프랑스와 우호 관계 강화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프랑스를 국빈방문하면서 에어버스 300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45조원 규모의 경협 체결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긴 것은 중국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이날 2회 수입박람회 개막일인 다음달 5일 상하이에서 비공식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 회의도 함께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측은 이 행사를 통해 '개방형 세계 통상 질서'의 수호자임을 부각하면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세계 각국에 무역 압력을 가하는 미국을 성토하는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중국의 선명한 정치적 목적이 예견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여러 나라는 아예 행사에 불참하거나 통상장관급보다 낮은 급의 대표단을 보내는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각각 차관보급 인사를 수석대표로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2회 국제수입박람회는 다음달 5∼11일 상하이 훙차오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열린다. 시 주석은 작년 첫 행사에 이어 올해도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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