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시카고 오바마 기념관 '좌초위기'에 "짓게 해달라"

입력 2019-10-30 10:26
미셸, 시카고 오바마 기념관 '좌초위기'에 "짓게 해달라"

"고향에 쓰레기가 아니라 새로운 투자 가져오려는 것"

국립사적지 입지 논란에 선정 배경 설명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미시간호변의 국립사적지에 추진 중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입지 선정 배경을 공개하며 추진을 촉구했다.

오바마 부부는 29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2019 오바마재단 리더십 서밋'에 참석, '오바마센터' 입지 타당성을 역설했다. 수정·보완한 오바마센터 조감도도 처음 공개했다.

미셸은 "버락의 대통령 기념관은 세계 어느 곳에도 세워질 수 있었다. 그를 자신의 대통령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라면서 "뉴욕도 오바마센터 건립을 원했고, 하와이도 원하고 있다. 경제 엔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셸은 오바마센터 건립부지인 시카고 남부의 유서 깊은 시민공원 '잭슨파크'가 오바마 부부의 시카고 자택과 미셸 자신이 어릴 적 자란 동네에 인접한 사실을 상기하며 "어디든 세울 수 있다면 우리 고향에 짓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잭슨파크를 부지로 선정한데는 전략이 있었다"며 "자원을 쌓아놓을 수 있고 그 자체가 자원이 되는 곳을 만들겠다. 오바마센터 건립을 통해 시카고 남부에 새로운 투자를 불러오고 사회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재단은 오바마센터가 일반적으로 연구시설 역할을 하는 기존의 미국 대통령 기념관들과 달리, 야외 레크리에이션 구역·스포츠센터·공공도서관·공연장·대형 콘퍼런스 홀 등을 갖춘 다목적 공간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오바마센터는 차세대 오바마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오바마재단 사무실도 오바마센터로 옮길 예정이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5년 시카고 잭슨파크를 기념관 부지로 선정, 발표했다.

오바마센터 건립사업은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과 민주계가 주도권을 쥔 일리노이 주의회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애초 2017년 초 착공해 빠르면 2020년, 늦어도 2021년 문을 열 계획이었으나, 지역사회의 갈등, 시민단체의 소송, 국립사적지 보존법 및 국가 환경정책법 위반 논란, 연방 당국의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제동이 걸려 아직 착공도 못 했다.

시민단체의 소송이 법정 공방 1년여 만인 지난 6월 연방법원에서 기각 판결을 받으며 건립사업은 다시 추진력을 얻는 듯했다.

그러나 연방 당국이 지난 7월 말 "오바마센터가 1974년 국립사적지로 등재된 잭슨파크 일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국가재산의 고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다시 뒷걸음질 친 상태다.

미셸은 시카고시가 오바마센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이미 수백만 달러를 투입한 사실을 전하면서 "오바마센터 건립사업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시카고 남부 전체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락과 내가 고향에 쓰레기를 가져오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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