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조선사연구회, 韓대법원 징용 배상 판결 지지 성명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 주장, 인권침해 역사 은폐하는 것"
"日 정부·해당기업, 법적 책임 인정하고 사죄·배상해야"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국내외의 학자 약 400명을 회원으로 둔 일본 학술단체 '조선사연구회'는 29일 일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 내용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해당 판결 1주년을 맞아 내놓은 성명에서 "이 판결은 불법적 식민지 지배 하에서의 전시 강제동원·강제노동에 대한 손해배상 위자료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과 가해기업의 반인도적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요구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일본 정부와 주요 언론매체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 완료'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정부와 주요 언론매체는) 일본에 의한 반인도적 행위나 피해자들의 인권침해 역사에 대해선 거의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수많은 조선인이 (일제) 전시하에서의 '모집' '관(官)알선' '징용' 등의 정책에 따라 강제동원돼 엄중한 감시를 받으며 가혹한 노동을 강제당한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위법한 강제 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은 일본에서 열린 재판에서도 인정됐다"면서 일본 정부와 언론매체는 우선 피해자들이 어떤 경위로 강제동원돼 강제노동을 하게 됐는지 등 학술연구에 기초해 역사를 공정하게 얘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일본이 가해행위와 인권침해 역사를 은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또 청구권협정 협상 과정에서 한일 양국의 '재산'과 '청구권'만 논의됐고, 이 문제에 국한해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이라며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전쟁 책임 및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침해라는 논점은 교섭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미해결 과제로 남겨 놓은 상태라고 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이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단체는 아울러 한국 정부가 2005년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다는 민관공동자문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인 뒤 그 기초 위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2007년과 2010년 2차례에 걸쳐 관련법을 만들어 국가 차원의 피해자 지원에 나섰지만,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은 '해결됐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피해자 지원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은 식민지 지배하에서의 가해 사실과 법적 책임을 인정한 뒤 사죄와 배상을 하고, 가해 사실을 미래 세대에게 가르치는 등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과정이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라는 중요한 과제를 이루는데도 불가결한 책무라는 점도 짚었다.
이 단체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판결과 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폭거' '무례' 등의 표현으로 노골적으로 비판했고, 일본의 대다수 언론은 이를 비판 없이 보도해 지금까지 착실하게 쌓아온 한일 교류가 중단되고 혐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일본 사회는 조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식민지주의를 전후에도 극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일본 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배타적 언동에 맞서 출신과 관계없이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조선사 연구자들은 학술적 견지에서 이 과제를 진지한 태도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1959년 창립된 조선사연구회(회장 이노우에 가즈에·井上和枝)는 조선사 연구와 북일 관계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일본학술회의 등록 단체로, 일본 국내외에 약 4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한국, 북한과 여러 나라의 조선사 연구자 및 연구기관과 교류하고 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