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망원경 5천개 '눈'으로 암흑에너지 정체 파헤친다

입력 2019-10-29 13:36
슈퍼망원경 5천개 '눈'으로 암흑에너지 정체 파헤친다

3천500만개 은하·240만개 퀘이사 추적 3D 지도 작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주는 팽창 중이다. 그것도 지구에서 먼 곳일수록 더 빨리 팽창하고 있다. 우주 빅뱅 이론은 우주가 초기에는 팽창하다가 중력으로 팽창 속도가 줄고 급기야 수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가속 팽창 중이라는 사실이 1998년에야 밝혀졌다.

우주의 68%를 차지하는 암흑에너지가 작용한 결과로 알려졌지만, 암흑에너지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암흑'으로 사실상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미국 애리조나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우주의 3차원(3D) 지도를 만들어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슈퍼 망원경이 내년 초 가동을 목표를 최종 준비 단계에 들어서 새로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슈퍼 망원경은 애리조나 투손 인근 키트피크(Kitt Peak) 국립 천문대의 4m 구경 '니컬러스 U. 메이올' 망원경에 '암흑에너지 분광장비(DESI)'를 장착해 거듭난 것으로, 최근 5천개의 '눈'을 가동해 찍은 첫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는 본격적인 가동을 위한 최종 테스트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갖고 있다.

DESI는 초점면에 5천개의 위치제어(positioner) 로봇을 갖고 있다. 각 로봇은 은하의 빛을 포착할 수 있는 머리카락 굵기의 광섬유를 갖고 있어 한꺼번에 5천개의 은하를 관측할 수 있는 작은 망원경 역할을 한다.



약 110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 관측할 수 있어 138억년의 역사를 가진 우주의 초기 발달 상황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DESI는 우주의 3분의 1에 걸쳐있는 3천500만개의 은하와 240만개의 퀘이사를 대상으로 5년에 걸쳐 관측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상적인 조건일 때 20분마다 5천개씩 대상을 바꿔가며 관측할 수 있으며, 10초 만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장점으로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되면 1년 안에 지구상의 모든 망원경이 관측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은하를 관측하게 된다.

DESI는 5천개의 눈을 통해 각 은하의 빛이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해 지구와의 정확한 거리를 계산하고, 이 거리를 토대로 3D 지도를 만들게 된다.

이 지도는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는지를 알 수 있고 이런 가속팽창을 유발하는 암흑에너지의 역할과 본질을 들여다보는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암흑물질과 함께 우주의 95%를 구성하고 있다. 행성과 별, 은하 등을 구성하는 물질은 나머지 5%에 불과하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오페르 라하브 교수는 BBC 뉴스와의 회견에서 암흑에너지가 발견된 뒤 20년이 흘렀지만 아직 아는 것은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5%밖에 모르는 우주에서 사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암흑에너지의 본질과 정체가 밝혀지면 물리학 전체의 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애리조나대학 스튜워드천문대의 판샤오후이 교수는 "DESI는 우주 상당부분의 은하와 퀘이사, 은하간 가스 등에 대한 3차원 지도를 제공해 줄 것"이라면서 "이 지도를 통해 우주의 구조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 수 있으며, 특정 시점에 얼마나 빨리 팽창하는지에 관해 알 수 있다"고 했다.

DESI 프로젝트에는 13개국 75개 연구기관의 연구원 500명 가까이가 참여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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