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의혹' 퇴진한 美 흑인 최다선 하원의원 코니어스 별세(종합)

입력 2019-10-28 17:20
'성추문 의혹' 퇴진한 美 흑인 최다선 하원의원 코니어스 별세(종합)

반세기 넘게 의회 지키며 킹 목사 기념일 제정 등 노력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미국 하원의 '최장수' 흑인 의원이자, 성추문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민주당 존 코니어스 전 의원이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AP통신은 이날 코니어스 전 의원이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디트로이트 경찰청 대변인은 "자연사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965년 디트로이트에서 하원에 입성한 코니어스는 미 연방의회 흑인 의원 모임인 '블랙 코커스'(CBC)의 창립 멤버이며, 27선에 성공한 최다선 흑인 의원이다.

코니어스는 특히 1968년 흑인 인권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 직후 킹 목사를 기리는 기념일(1월 셋째주 월요일) 제정을 위해 15년간 매진,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관련 법안에 서명하는 결실을 봤다.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코니어스가 없었다면 킹 목사 기념일도 없었다"면서 "그는 가장 중요한 하원의원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1955년 흑인과 백인의 좌석을 구분한 버스를 운영하던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사건으로 유명한 흑인 민권 운동의 개척자 로사 파크스가 1988년 은퇴할 때까지 20여년간 코니어스의 스태프로 일했다.

코니어스는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두 명의 대통령의 탄핵 심리에 참여한 유일한 의원이다. 그는 1972년 베트남전과 관련해 발의된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을 지지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두고 하원에서 충돌이 벌어졌을 때는 "탄핵은 반역자와 독재자를 몰아내기 위한 것이지 혼외정사를 덮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민주당이 다시 하원을 장악했을 때 법사위 간사를 맡아 2007년 미국 연방검사 무더기 해임에 백악관과 법무부가 개입한 사건, 2009년 미국프로풋볼(NFL)이 선수들의 뇌진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듣는 청문회를 주도했다.

또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거세게 비판하며 2005년 의회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기도 했다.

코니어스는 한국전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의회에 입성하기 전 미국 주방위군에서 복무했으며, 한국전쟁 때는 미 육군 공병 병과에서 군용항공기 정비를 감독했다.

반세기 넘게 의회에서 활발히 활동한 코니어스 전 의원은 성추문 의혹에 휩싸여 불명예 은퇴했다. 과거 사무실 여직원 등을 성추행하고 원하지 않는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지난 2017년 12월5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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