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지진, 美 리더십 흔들어…中·러엔 기회"
美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켐프 회장, CNBC 기고
"지정학적 지진 인정할때…대응실패시 후과 커질것"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일방주의 외교와 이에 따른 동맹 무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나왔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의 프레더릭 켐프 회장은 26일(현지시간) 미 CNBC 기고를 통해 "지정학적 지진으로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이 틈을 타 "중국과 러시아가 이득을 취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켐프 회장은 미국의 리더십 위기를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피했지만,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군 결정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켐프 회장은 "지정학적 지진의 틀림없는 굉음을 느낄 수 있다"면서 "떨림이 오랫동안 분명했지만, 우리는 미국이 크게 기여했던 정치적·경제적 세계를 위협하는 지각변동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매일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켐프 회장은 "시리아에서부터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아프리카까지, (지정학적) 지각판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의 신뢰와 지속성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70년간 미국이 고취했던 민주적 가치와 서구적 제도, 동맹 구조 등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켐프 회장은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군을 앞당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과 시리아 내 쿠르드 동맹의 포기로 인한 진동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결정을 자신들의 이득으로 해석한 러시아와 터키, 이란, 시리아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러시아는 중동에서 부상하는 세력 중재자로서 급부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에 도전하는 국가들이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립하고 어지러운 미국에 맞서 이득을 가속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를 목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켐프 회장은 3주 전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한 행사에 다녀온 조지타운 대학의 러시아 전문가 앤젤라 스텐트의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스텐트는 "우리가 받은 메시지는 서구가 쇠퇴하고 있고, 팍스 아메리카가 끝났으며, 새로운 시대의 여명에서 중국과 러시아, 인도가 새로운 '민주적 다극 체제 질서'를 이끌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대부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통해 가장 크고 잠재적으로 가장 오래 지속하는 '글로벌 잠식'을 했다고 평가했다.
켐프 회장은 "지정학적 지진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라면서 "우리가 국내 정치적 동요로 흐트러지거나 대응에 실패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후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켐프 회장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25년 이상 해외 특파원 생활을 했다. 독일 통일 과정을 취재하고,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은 1961년 딘 애치슨 전 미국 국무장관이 설립한 싱크탱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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