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메르코수르 탈퇴 신중 검토…정부, 충격 분석 중"

입력 2019-10-26 01:25
"브라질, 메르코수르 탈퇴 신중 검토…정부, 충격 분석 중"

재계 "일자리 수백만개 사라질 것" 우려…블록 유명무실화 가능성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정부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탈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관련 부처가 블록 탈퇴에 따른 충격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브라질 정부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브라질 정부가 메르코수르 탈퇴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경제부·외교부를 중심으로 탈퇴를 결정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충격에 대한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이 역외 블록이나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적용하는 대외공동관세(TEC) 인하 정책을 아르헨티나가 반대한다는 것이다. TEC는 메르코수르의 보호주의 장벽으로 간주돼 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아르헨티나에 좌파정권이 재등장하면서 시장개방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탈퇴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치러지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일본 방문 중이던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르헨티나에 좌파정권이 다시 등장하면 메르코수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다른 회원국과 협력해 모종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파라과이·우루과이 정부와 공조해 아르헨티나의 회원 자격 정지를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날 대선이 치러지는 우루과이에서도 좌파 성향의 다니엘 마르티네스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보여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뜻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아르헨티나·우루과이 대선 결과에 따라 브라질이 고립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며, 메르코수르 탈퇴도 이런 배경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게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르헨티나에서 좌파정권이 재등장해 메르코수르-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할 수 있다는 점도 메르코수르 탈퇴를 고려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메르코수르-EU FTA 체결 합의가 아르헨티나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이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서둘러 발표됐다며 합의 수정을 주장한 바 있다.

브라질 재계는 메르코수르 탈퇴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산업연맹(CNI)은 메르코수르를 탈퇴하면 2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이 추진하는 대외공동관세 인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은 앞으로 4년간 1만여 개 품목 가운데 최소한 80%에 대해 관세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라과이·우루과이와는 이미 합의했다고 브라질 정부는 말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메르코수르의 정치·외교적 의미를 지나치게 간과하면서 블록이 유명무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범한 관세동맹이지만, 남미 통합을 통해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도모한다는 정치적 의미도 담고 있다. 메르코수르를 단순히 경제블록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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