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에티오피아 총리, 거센 퇴진 시위에 정치적 위기(종합)
국제인권단체 "시위 관련 폭력사태로 최소 16명 사망"
(서울·카이로=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노재현 특파원 =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비 아머드 알리(43) 에티오피아 총리가 수상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거센 퇴진 시위에 직면해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아비 총리의 정적인 자와르 모하메드(33)의 지지자들이 일으킨 퇴진 시위가 격화 조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위 목격자에 따르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전날 시작된 시위는 이튿날 인근 도시인 아다마, 하라르, 암보로 번졌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5일 금주 들어 에티오피아 시위와 관련된 폭력사태로 최소 1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국제앰네스티 관계자는 에티오피아 시위와 관련, "지금까지 16명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가 확인하지 않은 새로운 보고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 숫자(사망자 숫자)는 틀림없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폭력 사태에는 군경의 발포가 포함되며 종족 및 종교 간 충돌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비 총리와 에티오피아 정부는 시위 도중 발생한 사상자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오로모족 인권 운동가이자 독립언론 오로모미디어네트워크(OMN)의 창업주인 모하메드는 지난 정권부터 "일부 부족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정부 여론을 이끌어 온 인사다.
미국 시민권자인 모하메드는 전임 정권에서 테러리스트로 규정됐다가 신임 아비 총리의 입국 금지 해제 조치로 지난해 에티오피아에 돌아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비 총리와 모하메드의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22일 아비 총리가 에티오피아 의회에서 모하메드를 겨냥해 "익명의 언론 소유주가 인종적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급격히 틀어졌다.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 여권도 가지지 못한 인사가 우리의 평화와 안보를 해치려 한다면 조처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앞서 모하메드는 같은 오로모족인 아비 총리의 집권 이후, 오로모족의 언어를 에티오피아 정부의 실무 언어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등 다소 무리한 조치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비 총리의 의회 발언 다음 날, 모하메드가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한밤중에 집으로 찾아와 경비 인원을 해산하라고 명령했다"고 폭로하면서 그의 지지자를 중심으로 시위가 시작됐다.
모하메드의 집 근처로 몰려든 지지자들은 "다운(내려와라), 다운, 아비"라고 외치며 아비 총리의 저서를 불태우는 등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비 총리는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비상사태를 종식하고 과거 야당 대표를 포함해 수천 명의 정치범을 석방했으며, 언론의 자유를 대폭 허용하는 등 개혁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특히 국경분쟁을 겪던 이웃 나라 에리트레아와의 화해를 끌어낸 공로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NYT는 이번 퇴진 시위로 인해 아비 총리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빛이 바랬다고 평가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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