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결렬되면 한국 독자 핵무장론 부상할 것"<한-러 학술회의>

입력 2019-10-25 00:13
"북미 협상 결렬되면 한국 독자 핵무장론 부상할 것"<한-러 학술회의>

국민대-러 전략연구소 공동 세미나…아시아 지역 美미사일 배치 가능성 우려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현재 진행 중인 북미 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북한 비핵화 시도가 실패할 경우 한국 내 독자 핵무장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미국도 북핵 억지력으로서의 한국의 핵 보유를 계속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는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산하 싱크탱크인 러시아전략연구소(RISS)와 국민대학교 유라시아연구소가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공동 주최한 '한국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한러협력' 주제의 공동학술회의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장 교수는 "한국의 핵무장이 당장 필요하다거나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내에선 북미 협상 타결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북한의 핵보유는 이미 사실상 기정사실화되었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은 독자적인 핵무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다만 한국의 핵무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부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이 북한의 핵보유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독자적 핵무장을 하되 최종적으로는 남북한이 완벽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동시에 핵 폐기 선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의 이 같은 견해에 대해 RISS 산하 '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 콘스탄틴 코카례프 센터장 등 러시아 측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 추진은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북한의 비핵화를 더 어렵게 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회의에선 지난 8월 초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 이후 거론되고 있는 미국의 아시아 지역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MGIMO) 안나 키레예바 교수는 "INF 폐기와 관련해 아시아에 중·단거리 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레예바는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 배치에 대한 대응으로 극동 지역에 미사일을 배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현재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가 다시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하일 프라드코프 RISS 소장(전 러시아 총리)은 INF 조약 폐기 이후 미러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을 우려하면서, 내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거나 민주당 신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측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러 간 지정학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러 관계의 밀착이 미국에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란 근거를 들었다.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한국 정부의 신북방정책이 기대보다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도 미러관계 악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 크다면서 한국-일본-러시아 3자 등 새로운 소다자 협력체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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