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홍콩-마카오' 강주아오 대교 통행량 저조
시위사태로 홍콩 방문 中관광객 급감…자가용 운행 확대 등 대책 고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세계 7대 기적의 하나'라고 자랑한 세계 최장 다리 강주아오(港珠澳) 대교가 예상보다 저조한 통행량으로 홍콩 정부에 시름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일 개통한 강주아오 대교는 홍콩과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 마카오를 잇는 해상대교이다. 6차선 총연장 55㎞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2.8㎞)보다 20배나 길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당초 강주아오 대교의 일일 통행량이 평균 9천20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일일 통행량을 보면 2천416대에서 4천791대 사이에 그쳤다. 최대 일일 통행량조차 예상 통행량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저조한 통행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지난 6월 초부터 시작해 다섯달째 이어지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꼽힌다.
최근 시위가 중국계 은행이나 점포에 불을 지르고 기물을 파손하는 '반(反)중국' 시위 양상을 띠면서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 본토 관광객이 급감했다.
지난달 강주아오 대교를 통해 홍콩을 방문한 중국 본토 관광객은 전월보다 23.7% 감소한 50만 명에 그쳤다. 이는 대교 개통 직후인 지난해 11월 관광객 100만 명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달 강주아오 대교의 총이용자 수도 전월보다 28% 급감한 104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콩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전날 홍콩이나 마카오의 자가용 운전자가 강주아오 대교를 이용해 주하이나 선전(深천<土+川>)까지 오갈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홍콩의 자가용 운전자는 마카오까지만 운행할 수 있었다.
홍콩 입법회 의원 유씨윙은 "이번 대책은 강주아오 대교의 통행량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강주아오 대교는 당초 건설 목적을 상실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강주아오 대교의 저조한 통행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SCMP는 "광둥성 선전과 중산을 잇는 대교가 2024년 완공될 예정인데, 이 대교가 개통할 경우 강주아오 대교와 치열한 이용자 쟁탈전을 벌일 것"이라며 강주아오 대교의 통행량 회복에 회의적인 전망이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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