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쿠르드, 러-터키 정상 합의따라 '안전지대'서 철수해야"
"안 그러면 터키군에 짓뭉개어질 것"…러시아군, 시리아 만비즈 순찰 시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은 러시아와 터키 정상 간 합의에 따라 터키 접경의 시리아 내 '안전지대'(완충지대)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크렘린궁이 촉구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임스 제프리 시리아·반(反) 이슬람국가(IS) 동맹 특사가 러-터키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쿠르드의 자발적 철군 가능성에 의혹을 표시한 데 대해 논평하며 이같이 밝혔다.
페스코프는 "만일 쿠르드 민병대가 퇴각하지 않으면 (안전지대 감독 임무를 맡은) 시리아 국경수비대와 러시아 군사경찰이 퇴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면 사실상 쿠르드 민병대는 터키군에 짓뭉개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스코프는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쿠르드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었지만 결국 쿠르드를 버렸고 그들을 배신했다"면서 "이제 미국은 쿠르드를 국경에 남겨두고 그들이 사실상 터키와 싸우도록 내몰았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제프리 특사는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전날 소치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러-터키 정상 합의에 많은 '구멍'이 있다면서 러시아가 '모호한' 의무를 맡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합의된 지역(시리아 내 안전지대)에서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퇴각시킬 효율적 방안을 가졌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22일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6시간 이상 진행한 마라톤 회담에서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쿠르드 민병대가 23일 정오부터 150시간 이내에 터키와의 국경에서 30km 지대(안전지대) 밖으로 퇴각하기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150시간이 지난 뒤에는 러시아군과 터키군이 안전지대 내 폭 10km 구간에 대해 합동 순찰을 실시해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또 터키의 시리아 내 군사작전 구역 이외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으론 23일 정오부터 러시아 군사경찰과 시리아 국경수비대를 투입해 쿠르드 민병대의 퇴각을 유도하기로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터키 정상회담 뒤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의 터키 군사작전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러-터키 대통령 회담 합의는 유혈 중단과 작전 종료를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시리아 내 쿠르드 문제 해결은 합법적인 시리아 정부가 국경 전체에 대해 통제를 회복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터키군의 군사작전이 이루어지는 지역을 제외한 시리아 북동부 지역으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군사경찰이 진주함으로써 터키군의 추가적 군사작전을 저지하고 해당 지역의 쿠르드족은 시리아 정부의 보호 아래로 들어오도록 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회담에서 쿠르드 문제 해결 방안들을 논의했으며 결국 시리아-터키 국경 지역에 대한 시리아 국경수비대와 러시아 군사경찰의 통제 회복 방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 군사경찰은 이날부터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 도시 만비즈 북동쪽의 시리아군 전초기지들에 대해 순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미군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 민병대가 장악하고 있던 만비즈는 터키의 시리아 군사작전을 저지하기 위한 쿠르드-시리아 정부 간 합의로 시리아 정부군 통제로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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