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한류' 중국 무무소 가보니…'해산명령 韓법인' 주소 아직

입력 2019-10-23 12:37
'얌체한류' 중국 무무소 가보니…'해산명령 韓법인' 주소 아직

'한국 미학서 영감' 표방하며 동남아 등 제3국서 급팽창

일본풍 미니소·북유럽풍 노미…中생활용품 업체, 타국 이미지 통째로 차용 유행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상하이시 최대 번화가인 난징동루(南京東路)의 한 백화점 3층에 자리 잡은 무무소(MUMUSO) 매장.

'무궁생활'이라는 한글 브랜드명을 쓰는 무무소는 한국 기업인 양 행세하면서 한류 열기에 편승해 빠르게 사세를 확장 중인 중국의 생활용품 유통 업체다.

최근 한국서 불거진 불법성 논란을 의식한 듯 한국을 뜻하는 'KR'자가 들어간 매장 앞 간판을 제외하고는 얼핏 봐서 한국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앞세우지는 않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특히 선호도가 높은 화장품류 제품 상당수에는 여전히 한글로 된 회사명인 '무궁생활'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제품을 기획한 브랜드사인 '무궁생활' 주소 역시 서울의 한 사무실로 되어 있었다.

앞서 우리나라 법원은 지난 8월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무무소 한국 법인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 무무소는 2014년 한국에 법인을 만들었지만 주로 대행업체를 통해 주소만 빌렸다. 나중엔 잠시 사무실을 빌리기도 했지만, 직원이나 집기를 전혀 두지 않는 사실상의 유령 회사였다.

고객들에게 무무소가 한국 회사라는 이미지를 주려고 허울뿐인 한국 법인을 만들어 운영한 점이 확인된 것이다.

무무소는 단순히 한국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알로에젤 등 인기 한국 제품과 유사하게 만든 '짝퉁' 상품을 유통해 부당 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를 구호로 내건 무무소는 2014년 예젠쭝(葉建忠)이라는 사람이 설립했다. 이후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각종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식 미학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슬쩍 말을 바꿨다.

'무무소는 한국 기업이냐'고 묻자 난징동루 매장의 중국인 직원은 "여기 제품들은 한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왔다"며 말끝을 흐렸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무무소는 중국 본토보다는 오히려 한류 열기가 강한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특히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인도 등 여러 나라에도 진출했다.

작년 8월을 기준으로 중국 안팎의 무무소 매장은 이미 600여개에 달했다.

무무소는 2022년까지 세계 40여개국에 3천500개의 매장을 열고 25억 달러(약 2조9천3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무소 외에도 한류에 편승한 중국 생활용품 기업들은 우후죽순처럼 많아졌다. 아이라휘(Ilahui), 요요소(YOYOSO), 시미소(Ximiso), 미니굿(Minigood) 등이 한국 이미지를 앞세워 중국 안팎에서 활발히 영업 중이다.

최근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생활용품 업체들이 유독 한국의 이미지만을 가져다 쓰는 것은 아니다.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중국 생활용품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다른 나라의 이미지를 통째로 가져오는 것은 이미 하나의 큰 트렌드가 됐다.

일본의 이미지를 차용한 중국 생활용품 체인 미니소는 이미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됐다. 사업 초기 일본에서 '짝퉁 다이소'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이미 원조 격인 다이소를 넘어설 만큼 성장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미니소는 세계 79개국에 3천50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연 매출액은 170억 위안(약 2조8천억원)에 달한다.

많은 소비자는 일본어 간판까지 단 미니소를 일본의 다이소와 같은 일본 기업으로 여기지만 미니소는 사실 광둥성에 기반을 둔 중국 기업이다.

중국에서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생활용품 체인은 노미(NOME)다. 노미는 이케아와 같이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북유럽풍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