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위 장기화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교체 검토"

입력 2019-10-23 10:38
"中, 시위 장기화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교체 검토"

70주년 건국절 망치는 등 중앙정부에 '미운털' 박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를 승인할 경우 캐리 람 행정장관의 후임자가 내년 3월까지 임명될 예정이며, 후임자로는 노먼 찬(陳德霖) 전 홍콩금융관리국(HKMA) 총재, 헨리 탕(唐英年) 전 정무사장(총리 격) 등이 거론된다.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안팎의 퇴진 압력에 시달려 왔다.

홍콩의 범민주 진영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시위 사태를 촉발했다며 그의 사퇴를 주장해 왔고, 친중파 진영도 그의 위기 대응 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 왔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대화 녹취록을 근거로 그가 시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캐리 람 장관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캐리 람 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중국 중앙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열병식 등으로 중국의 초강대국 부상을 대대적으로 과시하려고 했지만, 같은 날 홍콩 시위에 참여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바 있다.

이후 홍콩 시위 사태는 더욱 격해졌고,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에 홍콩 언론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퉁치화(董建華) 전 행정장관의 전철을 밟아 중도 사임할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퉁 전 행정장관의 경우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했다가 2003년 7월 1일 50만 홍콩 시민의 반대 시위를 맞아 이를 철회했고, 결국 2년 만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하고 말았다.

앞서 홍콩 빈과일보는 '베이징이 행정장관 플랜B 인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캐리 람 장관의 사퇴나 대규모 개각이 현실화할 수 있으며, 중국 정부는 적절한 시기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17년 7월 1일 취임한 캐리 람 행정장관의 임기는 5년으로, 2022년 6월 30일까지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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