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시리아 미군, 이라크 임시배치→집 귀환…단계적 철군"

입력 2019-10-23 06:43
美국방 "시리아 미군, 이라크 임시배치→집 귀환…단계적 철군"

전면적 시리아 철군 방침 사실상 공식화…일부는 '유전 보호' 등 잔류

2015년 이후 3년여만, 이라크 체류기간 안밝혀…공화당 반발 등 후폭풍 이어질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2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에서 철수한 미군 병력의 이라크 재배치는 본국으로 돌아오기 전 이뤄지는 임시적 조치라고 밝혔다.

이는 이라크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한 미군에 대한 이라크 주둔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역내 미군을 본국인 미국으로 귀환시키는 전면적인 '시리아 철군'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의 시리아 공격을 묵인하고 쿠르드 동맹을 저버렸다는 엄청난 역풍에도 불구, '끝없는 전쟁 종식'을 모토로 한 '불(不)개입·고립주의' 원칙에 따라 시리아 철군을 강행하겠다는 것이어서 민주당 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의 반발 등 후폭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에스퍼 장관은 단계적 철군이 이뤄질 것이라며 구체적 이라크 체류기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에스퍼 장관은 이날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북부에서 철수한 미군 병력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일시적으로 이라크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 방송이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단계적 철군을 이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병력을 본국으로 데려오는 방침에 따라 (병력을) 일시적으로 이라크에 재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계속되는 단계의 일부일 뿐으로, 궁극적으로 이들 병력은 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병력에 대해 시리아 남쪽 지역에 머물도록 재가한 상태"라며 "이와 함께 우리는 ISIS(이슬람국가(IS) 의 옛 이름) 및 다른 세력이 시리아 중부 지역에 있는 핵심 유전들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추가 병력을 유지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이 아직 이를 승인하지는 않았다"며 "조만간 대통령에게 옵션들을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스퍼 장관은 "나의 목적은 나와 대통령의 옵션들을 계속 살려둠으로써 현장 상황이 바뀔 때 대통령의 지시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병력 주둔 문제와 관련, 한 당국자는 CNN에 "최대 수백명의 추가 병력이 유전을 지키고 ISIS에 대항한 싸움을 계속하기 위해 동부 시리아에 주둔하게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수백명의 추가 병력은 남부 시리아 내 이라크 및 요르단 국경 지역과 가까운 앗 탄프(알 탄프) 기지에 주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시리아 북동부에서 철수한 미군 병력을 이라크에 재배치하겠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의 목적지는 '고국'"이라며 "목표는 이라크에 무한정 주둔시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장병들을 철수시켜 종국적으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미국과 터키간 '조건부 휴전협정'의 시한 몇 시간 전에 이뤄진 이날 인터뷰에서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을 이룬 전투부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이 시간에 맞춰 철수하기 위한 선의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시간을 좀 더 줘야 한다는 언급도 내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주둔하던 약 1천명의 미군 병력의 철수와 관련, 소규모 병력만 남부 앗 탄프 기지에 남기고 나머지는 역내에 재배치, IS의 발호 가능성 등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에는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집으로 데리고 올 것"이라며 시리아 북동부 주둔 미군 병력의 철수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요청에 따라 유전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던 미군 병력 일부를 이들 두 나라 국경 인근의 다른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스퍼 장관도 시리아 북동부에서 나온 병력 일부를 유전 근처 두어개 도시에 배치했다면서 잔류옵션을 검토 중이나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기자들과 만나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당시 내전 중인 시리아에 병력을 파견한 이후 IS 격퇴를 목적으로 이들 병력을 시리아에 주둔시켜왔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전면적 시리아 철군이 이뤄지면 3년여만의 일이 된다.

에스퍼 장관이 '단계적 철수' 방침을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 맞춰 지지층 결집 차원에서 철군 작업을 서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IS 격퇴'를 선언하며 시리아에 주둔시켜온 미군에 대한 전면적 철수를 선언하고 같은 달 23일 행정명령까지 서명했으나, 이 과정에서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부 장관이 반기를 들고 사퇴하는 등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미 국무부는 타임라인은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고도의 조율을 거쳐 천천히 하겠다며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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