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룩소르 빛낼 오페라 '아이다', 남녀주연은 한국인 성악가

입력 2019-10-23 06:00
이집트 룩소르 빛낼 오페라 '아이다', 남녀주연은 한국인 성악가

소프라노 임세경·테너 이정환, 오는 26일과 28일 공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집트 남부의 유적도시 룩소르에서 공연될 오페라 대작 '아이다'에 한국인 남녀 성악가가 나란히 주인공으로 나선다.

23일(현지시간)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원장 양상근)에 따르면 오는 26일 저녁과 28일 저녁 룩소르의 하트셉수트 신전 앞에서 열릴 오페라 '아이다'에서 소프라노 임세경(44)이 아이다역을, 테너 이정환(41·제임스 리)이 라다메스 장군역을 각각 맡는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대표작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군 사령관 라다메스 장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아이다는 이집트 국왕이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 건설을 기념해 작품을 의뢰하면서 탄생했고 1871년 이집트의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야외무대에서 대규모로 펼쳐질 이번 룩소르 공연은 아이다 초연 150주년(2021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주인공 아이다를 연기할 임세경은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세계적인 성악가다.

한양대 음대를 졸업하고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과 라 스칼라 극장 전문 연주자 과정을 거쳤다.

2015년에는 100여년 전통의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인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 페스티벌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아이다의 주인공을 맡아 명성을 쌓았다.

라 스칼라 극장, 베를린극장 등 유럽 주요 극장을 정복한 임세경은 맑고 힘이 넘치는 고음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룩소르에서 공연 준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임세경은 "이집트는 아이다가 초연됐고 이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곳이어서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공연에서 저만의 개성 있는 아이다를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라다메스 장군역의 테너 이정환은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실력파 성악가다.

이정환은 영남대 성악과를 거쳐 2002년부터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2010년부터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2014년 빈 외곽 상트마르가레텐 오페라페스티발에서 라다메스 장군 역을 처음 맡은 이후 유럽에서 아이다 공연에 65차례 이상 출연했다.

특히 14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첫 한국인 테너다.

작년 12월에도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에서 라다메스 장군역으로 열연을 펼쳐 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정환은 "이번 룩소르 공연은 한국인이 두 주인공 역을 맡게 돼 더욱 특별하다"며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세경씨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한국인의 위상을 올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이집트 고대 중왕국과 신왕국 시기의 수도로 '세계 최대의 야외 박물관'으로 불리는 룩소르에서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룩소르에는 파라오들의 무덤이 몰려있는 '왕가의 계곡'과 카르나크신전, 룩소르신전 등 곳곳에 유적이 있다.

특히 공연 장소인 하트셉수트 신전은 기원전 15세기 활약한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 시절 세워진 건축물로 웅장한 암벽을 배경으로 한다.

이집트 고대유물부는 지난 19일 룩소르에서 고대 목관 30개를 새로 발견했다고 발표하는 등 유물 발굴을 계속하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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