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종양의 전이성 악화, 주변부 유연 세포가 주도"
미 MIT 연구진,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양성 종양이 자라, 다른 부위로 옮기는 침습성 종양으로 변하는 메커니즘을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요지는, 중심부보다 크고 부드러운 주변부 세포가 뾰족한 말단 구조를 형성해 다른 부위로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종양의 주변부 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중심부보다 크고 부드러워지는지도 알아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물리학(Nature Physics)'에 실렸다.
21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논문 개요(링크)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원발성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가 부드럽고 유연한 성질을 이용해 다른 부위로 전이할 것으로 추정해 왔다.
암세포가 인체의 '미로 맥관 구조(labrynthine vasculature)'를 통해 멀리 떨어진 부위로 이동하려면 이런 성질이 필요하다. 개별 암세포가 이런 성질을 가졌다는 사실은 이전의 실험에서 입증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하나의 종양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개별 구성 세포의 뻣뻣한 정도(stiffness)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처음 규명한 것이다.
MIT 연구진은, 많은 세포가 모여 종양이나 특정 기관의 조직으로 발달할 때 개별 세포가 자체의 물리적 특성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알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최근 개발한, 건강한 인간의 상피 세포를 배양해 유방암 종양으로 키우는 기술을 이용했다.
약 2주가 지나 어느 정도 종양이 커졌을 때 관찰하니, 종양 주변부 세포는 크게 팽창하고 부드러운 데 비해 중심부 세포는 작고 뻣뻣했다. 한마디로 종양 세포는 중심으로 갈수록 더 작고 뻣뻣했으며,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더 크고 부드러웠다.
연구팀은 실제 유방암 환자의 종양 샘플에서도, 세포의 크기와 경직도가 비슷한 경사(傾斜) 구도로 변한다는 걸 확인했다.
또한 주변부 세포는 '뾰족한 전이성 말단(invasive tip)' 구조로 변해 원발성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뒤 다른 부위로 퍼졌다.
주변부 세포가 더 크고 부드러운 건, 중앙부 세포보다 수분이 많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다른 세포가 형성하는 압력이 작용했다.
다시 말해 중앙부 세포는 둘러싼 다른 세포들의 압박을 받아 수분을 배출했다. 이렇게 빠져나온 수분은 '간극 결합(gap junctions)'이라는 나노미터 크기의 세포 간 통로를 거쳐 주변부 세포로 밀려 들어갔다.
연구를 주도한 궈 밍 기계공학 부교수는 "종양은 스펀지와 비슷해, 성장하면서 내부 압축력이 쌓여 중심부 세포의 수분을 주변부 세포로 밀어낸다"라면서 "그러면 외곽 세포가 서서히 부풀면서 부드러워지고 침습성이 강해진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변부 세포에서 수분을 뽑아내자 세포가 다시 뻣뻣해지고 '전이성 말단' 구조도 덜 만들어졌다. 거꾸로 희석한 용액을 종양에 주입하자 주변부 세포가 부풀어 오르면서 나뭇가지 비슷한 말단 구조를 형성해 다른 부위로 전이했다.
암세포의 이런 물리적 특성을 조작할 수 있으면, 양성 종양이 전이성으로 변하는 걸 늦추거나 아예 차단하는 치료법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장차 종양을 구성하는 세포의 크기와 단단함을 근거로, 종양이 전이성으로 악화할지를 진단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궈 교수는 "세포의 크기와 단단한 정도가 종양의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에 크게 다르면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면서 "종양 세포를 단단하게 만들어 세포의 이동 가능성을 낮추면 잠재적으로 전이를 늦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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