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분양가 상한제 '칼자루' 언제 어디에 쓸지가 관건

입력 2019-10-22 13:46
[연합시론] 분양가 상한제 '칼자루' 언제 어디에 쓸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를 열어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29∼30일 관보 게재와 동시에 적용된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는 2007년 도입돼 부동산 시장 안정화 효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2015년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실상 사문화 됐다. 정부가 유명무실했던 상한제를 되살려 집값을 잡기 위한 강력한 정책 카드를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아직 어느 지역을 상한제 대상으로 할지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이 대상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상한제 적용지역 요건을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한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종전의 요건대로라면 집값이 급등해도 기준을 충족할 수 없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울 25개 구와 경기 과천·하남· 광명시,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31곳은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만큼 집값이 급등하면 언제라도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행위 제한 기간도 3∼4년에서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의 비율에 따라 최대 10년까지로 늘어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도 관리처분 인가 단계에서 최초 입주자 모집 단계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소급적용'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정부가 이미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사업장에는 내년 4월까지 적용을 유예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분양가를 낮춰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지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자의 이득이 줄어 주택공급 감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요자 선호 지역의 공급이 줄면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개연성이 크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계획이 발표되고 나서 주춤하던 집값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오른 것도 이런 이유다. 상한제 적용 지역과 적용되지 않는 지역의 아파트값 역전 현상 등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주거환경이 좋고 더 선호하는 지역의 아파트값이 그렇지 못한 지역의 아파트값보다 비싸야 하는 데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첨만 되면 앉아서 수억 원을 버는 '로또 당첨'도 늘 상한제의 부작용으로 지적돼 왔다.

많은 부작용에도 정부가 민간 아파트 상한제를 시행하려는 목적은 불문가지다. 아파트가 돈 있는 사람들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 아파트 시장을 안정화하려는 것이다. 현 정부가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해 몇차례 대형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내놨지만 완벽한 성과를 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을 확실히 잡아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도입 절차가 끝난 만큼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고 집값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꼼꼼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둘러 적용할 경우 경기를 더 얼어붙게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서다. 칼자루를 쥐고만 있어도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그보다 나을 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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