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왕 '배우자' 석 달 만에 전격 직위 박탈 이유 보니
"자신을 왕비로 책봉토록 수단·방법 안 가려…국왕 거명 사적 지시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국왕 배우자'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34)의 모든 지위를 전격 박탈한 것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이다.
시니낫의 배우자 임명 못지않게 지위 박탈 조치 또한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일간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들은 22일 일제히 이번 일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언론이 전한 왕실 관보 발표문에 따르면 전날 오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시니낫에 대한 지위 박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수티다 왕비에 대한 '도전'으로 보인다.
시니낫은 지난 5월 국왕 대관식 직전 결혼한 수티다 왕비의 왕비 책봉식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책봉식이 열리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은 물론, '야망이 넘쳐' 수티다 왕비 대신 자신을 왕비로 책봉토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게 왕실의 설명이다.
왕실은 이에 대해 "그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책봉식은 (예정대로) 열렸다. 시니낫은 또한 국왕 내외의 활동과 관련한 지시를 내림으로써 국왕의 권한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왕실과 국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을 막기 위해 시니낫을 '배우자'로 임명했지만, 이후에도 그녀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고 왕실은 설명했다.
'배우자' 임명 이후 국왕이 그녀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했는데, 국왕의 호의에 감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직위에 맞게 행동하지도 않았음을 국왕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시니낫은 자신의 새로운 직책에 만족하지 않고, 왕비처럼 행동하려고 했다는 것이 왕실의 설명이다.
왕실은 "왕실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왕 내외에 반항적으로 행동했다. 왕의 명령인 것처럼 가장해 지시를 내렸다"면서 "또 국왕을 대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사람들에게 사적인 일로 명령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니낫의 이런 행동은 대중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득만을 위한 것이었으며, 국왕에 대한 불경이었다고 비판했다.
왕실은 이로 인해 왕실 관리 간 균열 및 대중들의 오해를 가져온 것은 물론 국가와 왕실의 권위가 손상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지난 7월 말 시니낫에게 라마 6세 이후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왕의 배우자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약 한 달 뒤에는 그녀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공개하도록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중에는 시니낫이 조종사 복장을 하고 조종석에 앉아 있는 모습과 소총을 들고 사격하는 모습 외에도 국왕과 웃으며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모습 등 일상을 담은 사진들도 있었다.
국왕은 또 왕실 홈페이지에 시니낫의 약력도 게재토록 했지만, 지위 박탈 직후에는 이 약력도 없어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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