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센' 마약 카르텔과 어떻게 싸울까…멕시코의 딜레마

입력 2019-10-22 09:00
'너무 센' 마약 카르텔과 어떻게 싸울까…멕시코의 딜레마

마약왕 아들 풀어준 결정 두고 찬반 엇갈려

멕시코 정부, '마약 전쟁' 전철 안 밟으려 근본적 해법에 집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군경이 최근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의 아들을 잡았다 놓아준 것을 두고 멕시코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가 성인 400명을 대상으로 "(구스만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을 놓아준 정부의 결정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더니 '동의한다'는 응답이 49%,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5%로 나뉘었다.

멕시코 군경은 지난 17일 오비디오를 체포하기 위해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의 한 주택을 급습했지만, 그가 이끄는 시날로아 카르텔 조직원들의 총격 저항에 못 이겨 오비디오를 놔주고 후퇴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범죄인 1명을 잡는 것보다 시민의 목숨이 중요하다.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군경의 결정을 옹호했다.

사건 직후 "정부가 마약 카르텔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중무장한 카르텔과의 총격전을 더 이어갔다면 큰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여론도 점차 힘을 얻었다.

오비디오를 놓아준 결정에 대한 찬반이 반반쯤 엇갈린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마약 카르텔 등 범죄조직을 상대하면서 멕시코가 겪는 오랜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위로는 마약 최대 소비국인 미국을, 아래로는 중남미 마약 생산국들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는 마약 조직이 자생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난 셈이었다.

여기에 규제가 느슨한 미국의 총기가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불법 유입되면서 마약 카르텔의 총기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멕시코에도 지금의 필리핀과 같은 '마약과의 전쟁' 시기가 있었다.

2006년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군을 투입해 마약 조직 소탕에 나섰다.

2012년까지 6년간 치열했던 마약 전쟁으로 수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고한 희생자를 낳고 인권 침해가 빈번했다는 부작용을 차치하더라도 마약과의 전쟁은 마약 조직의 범죄를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국이 마약 조직 두목을 체포하자 남은 조직원들의 주도권 싸움이 이어지고 새로운 조직들이 생겨났으며,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약탈 등의 범죄도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마약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마약 조직 소탕에 나서기보다는 청년들이 마약 조직에 가담하지 않도록 직업 교육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긴 힘든 정책인 탓에 멕시코의 올해 살인 건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을 태세다.

멕시코 정부는 7∼9월, 세 달은 연속해서 작년보다 살인 건수가 줄었다고 밝혔다.

오비디오를 풀어준 결정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처럼 현 정부 범죄 대책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레포르마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정부가 범죄 조직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했고, 42%는 정부의 방향이 올바르다고 말했다.

50%는 마약 카르텔과 전면전을 펼치길 원했고, 39%는 협상을 선호했다.

이전 정부 강경책도 지켜본 멕시코인들은 마약 카르텔의 근절을 낙관하지 못했다.

멕시코가 마약밀매와 조직 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53%로 긍정적 응답 44%보다 더 많았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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