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러시아·이란 연루된 가짜 계정 180여개 삭제"
러시아 계정, 2016년 美대선 관여한 IRA와 연루…미국 경합주 주민 행세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이란과 연루된 계정 180여 개를 삭제했다고 CNN·CNBC 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페이스북과 자회사 인스타그램에서 조직적인 가짜 활동을 벌여온 계정과 페이지, 그룹의 네트워크 4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4개 네트워크 중 3개는 이란, 나머지 하나는 러시아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와 연루된 것이었다. IRA는 러시아 정부가 후원하는 일종의 댓글 부대로, 2016년 미 대선 당시 선거 개입 혐의로 미 정부에 의해 기소되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은 물론 북아프리카와 남미 등 다양한 지역을 겨냥한 활동을 벌였는데, 이는 모두 자신들의 신원을 은폐한 채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계정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러시아와 연루돼 삭제된 계정은 인스타그램에서 50개, 페이스북에서 1개로, 이들은 올해 초부터 인스타그램에 미 선거의 경합주(州)에 사는 사람들 모임처럼 보이는 계정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페이스북이 분석 작업을 의뢰한 소셜미디어 조사업체 그래피카에 따르면 이들 계정은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미국인 행세를 했지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출마를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많은 사람이 일치했다.
이들 계정 중에는 '@black.queen.chloe', '@michigan_black_community'처럼 흑인 활동가가 운영하는 듯이 보이는 것도 있었고, '@stop.trump2020'처럼 반(反)트럼프 성향으로 보이는 계정, '@feminist_agenda'처럼 페미니즘이나 성 소수자 권리 옹호자 계정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페이스북은 적발된 계정들이 전부 합쳐 2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피카 관계자는 "조직적으로 바이든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CNN은 이를 두고 "IRA가 2020년 대선에서 (2016년 대선과) 똑같은 일을 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피카에 따르면 이번에 삭제된 계정들은 약 7만5천 개의 포스트를 발신했지만 대부분은 대선과 직접 연관돼 있기보다는 미국의 폭넓은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한 것이었다.
또 기존의 미국 언론이나 정치단체들이 만든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동영상·이미지)이나 포스트를 주로 사용했다.
페이스북에서 해외의 조작 활동을 조사하는 팀을 이끄는 너새니얼 글라이셔는 러시아 계정이 자신들을 평범한 시민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이는 나중에 자신들의 포스트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들 계정이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와 연루됐음을 어떻게 규명했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런 사실을 법 집행기관에도 통지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또 미국인을 겨냥한 이란 관련 계정 135개도 삭제했다. 이들 네트워크는 팔로워가 7천여 명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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