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정부, 장관 월급 삭감 등 개혁안 발표…시위대 달래기(종합)
빈민층에 수백만 달러 지원…하리리 총리 "시위대의 평화적 요구 보호"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 중동국가 레바논의 사드 하리리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경제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레바논 정부는 이날 수도 베이루트에서 긴급 내각회의를 열어 하리리 총리가 제안한 일련의 경제개혁 조치와 내년도 예산안을 승인했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내년 예산안에서는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개혁안에는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장관 등 고위 공무원들의 월급을 50% 삭감하고 중앙은행과 민간은행들이 예산에 적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34억 달러(약 4조원)를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레바논 정부는 공보부를 비롯한 국가기관 여러 개를 폐지하고 빈민층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리리 총리는 시위대를 향해 "이번 결정은 여러분에게 분노 표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분의 평화적인 요구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말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개혁안들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레바논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반정부 시위가 멈출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날도 베이루트 등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도로를 차단한 채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 20일 수도 베이루트를 중심으로 레바논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진행됐다.
이들은 거리에서 레바논 국기를 흔들며 정치권의 만성적인 부패를 규탄하고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AP에 따르면 이날 시위 규모는 레바논에서 2005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번 시위는 지난 17일 정부가 내년부터 왓츠앱 등 레바논 국민이 많이 쓰는 메신저 프로그램에 하루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레바논 정부는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구제 자금을 받은 대가로 긴축 압박을 받고 있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860억 달러(약 103조원)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나 되며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약 37%나 될 정도로 심각하다.
현 레바논 내각은 이슬람 수니파 출신 하리리 총리가 시아파 헤즈볼라 등 여러 정파와 협력해 구성했다.
하리리 총리는 서방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우호적 입장이어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종종 갈등을 빚는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