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대기오염도 못 말린 마라톤…"위험" 지적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무려 4만여명이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21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인도 뉴델리 시내에서는 4만633명이 참가한 가운데 에어텔 델리하프마라톤 대회가 개최됐다.
이 대회는 2017년 인도 공기질지수(AQI)가 292까지 치솟은 가운데 방독면 같은 대형 방진 마스크로 중무장한 참가자들 모습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후 주최 측은 대회 개최 시기를 폭죽이 쏟아지는 힌두교 디왈리 축제 시기 이전으로 당겼고 초미세먼지(PM2.5)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왔다.
올해는 코스 전체에 화학물질을 섞은 물을 살포했고, 오염물질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낸다는 '와이파이 파동' 장치까지 동원했다.
여기에 대회 당일에는 바람까지 분 덕분에 오염물질이 평소보다 감소했다. 방진 마스크를 쓰고 참가한 이도 지난 대회 때보다 줄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인도 AQI는 238수준으로 지난해(272)와 2017년(292)보다 낮아졌다.
인도 AQI 지수는 보통(101∼200), 나쁨(201∼300), 매우 나쁨(301∼400), 심각(401∼500) 등의 단계로 나뉜다.
PM 2.5 기준으로는 매우 나쁨과 심각은 각각 121∼250㎍/㎥, 250㎍/㎥ 이상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연평균 PM 2.5 농도의 안전 기준은 10㎍/㎥이다.
참가자 카비타 샤르마는 "과거보다 올해는 공기가 좀 더 좋아졌다"며 "디왈리 이전으로 대회 시기를 옮긴 것은 좋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는 이 같은 대기오염 수준도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환경연구기관인 과학환경센터(CSE)의 아누미타 로이 초두리는 "'나쁨 '수준의 대기 속에서 여러 시간 운동을 하면 오염물질에 더 노출된다"며 "공기질이 나쁠 때는 이 같은 행사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델리 인근 여러 주(州)에서는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후 11월 중순 시작되는 파종기까지 논밭을 마구 태우는 바람에 엄청난 재가 발생한다.
여기에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 도심 빈민들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운 연기, 건설공사 먼지 등이 더해지면서 대기 환경은 크게 나빠진다.
특히 10월 하순∼11월 초 힌두교 디왈리 축제를 전후해 곳곳에서 터지는 대규모 폭죽으로 먼지가 무더기로 더 쏟아지면서 이 시기 겨울철 대기는 '가스실' 수준으로 추락한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디왈리 시즌을 전후해 뉴델리 곳곳의 PM 2.5 수치가 1천500∼3천㎍/㎥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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