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연내 석방 가능성 제기…'정치 캐러밴' 계획 밝혀
대법원 결정에 달려…룰라 "국민화합·국가통합 위한 역할할 것"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이르면 올해 안에 풀려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좌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룰라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정치권은 물론 브라질 사회 전체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조만간 석방되면 전국을 도는 정치 캐러밴에 나서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룰라 전 대통령은 올해 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 정치 캐러밴을 통해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국민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정치 캐러밴을 통해 지지세를 확산하고 대선 승리까지 견인한 바 있다.
좌파 노동자당(PT)의 글레이지 호프만 대표도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그는 노동자당뿐 아니라 브라질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
연방대법원은 최종심까지 가지 않고 2심 재판 결과부터 징역형을 집행할 수 있게 한 결정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심리를 벌이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위헌으로 해석하면 룰라 전 대통령이 즉시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연방대법원이 부패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재판 가운데 일부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청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도 룰라 전 대통령 석방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4월 7일부터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6년째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라는 이름의 부패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인터셉트 브라질'이라는 웹사이트가 세르지우 모루 법무부 장관이 연방판사 시절 연방검사들과 주고받은 통화 내용과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부패 수사가 다소 주춤거리고 있다.
'인터셉트 브라질'은 당시 모루 판사가 검사들에게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과 수감을 끌어낼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폭로했고, 룰라 전 대통령 측은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대선 출마가 좌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최근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옥중 정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포르투갈 RTP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프랑스 TV 방송인 프랑스24와 인터뷰에선 자신을 둘러싼 부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뉴스 전문 TV 채널인 RT와 인터뷰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외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보우소나루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 우파 지도자들이 미국 일변도 외교 노선을 추구하는 사실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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