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케도니아 총리, EU 가입 협상 좌절되자 '조기 선거' 제안

입력 2019-10-20 02:15
북마케도니아 총리, EU 가입 협상 좌절되자 '조기 선거' 제안

국민 재신임 물으려는 취지…"EU의 반대는 역사적 실수" 반발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럽연합(EU) 가입을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해온 북마케도니아 총리가 EU와의 협상이 좌절되자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기 위한 조기 선거 카드를 빼 들었다.

앞서 17∼18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등 발칸반도 국가들의 EU 신규 가입 이슈가 논의됐다.

그러나 프랑스의 반대로 가입 협상 개시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9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조란 자에브 북마케도니아 총리는 이날 TV 담화를 통해 "우리는 EU가 저지른 역사적 실수의 희생자"라며 "이에 나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개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자에브 총리는 오는 20일 대통령 및 다른 정당 지도자들을 만나 다음 단계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나는 아무런 일정을 갖고 있지 않다. 모든 선택지는 열려있다"고 밝혔다.

그는 EU 가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SM) 소속인 자에브 총리는 2017년 취임 이후 EU 가입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모든 정치적 자원을 쏟아부었다.

이웃 나라인 그리스의 지지를 끌어내고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국명을 바꾸기까지 했다.

그는 작년 6월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시 그리스 총리와의 회담에서 국명을 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및 EU 가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아낸 바 있다.

북마케도니아는 지난 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이래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서 나왔다며 국호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국명을 문제 삼아 그동안 여러 차례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을 좌절시켰다.

당시 국호 변경 성사에는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설득도 작용했다. EU 측은 국호 문제가 해결되면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이에 국호 변경이 사실상 'EU로의 초대장'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가입 협상 자체가 무산되면서 EU 측도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조란 자에브 총리도 이날 담화에서 EU 가입 협상이 좌절된 데 대한 국민적 분노와 실망감에 공감을 표하면서 "북마케도니아는 개혁 작업에 성과를 냈으나 EU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앞서 EU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북마케도니아 등의 EU 가입 이슈와 관련해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기 전에 필요한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28개 당사국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EU 새 회원국 가입 논의는 내년 봄까지 잠정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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