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계 부채 영향 '적게 소비하고 오래 일하는 사회'로 변모

입력 2019-10-18 17:21
호주, 가계 부채 영향 '적게 소비하고 오래 일하는 사회'로 변모

호주 ABC 방송 전국 조사 결과…GDP 대비 가계부채율 세계 2위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라이프스타일 수퍼파워'로 불리던 호주가 높은 가계부채 비율 때문에 '더 적게 소비하고 더 오래 일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18일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이 방송이 시행한 '오스트레일리아 토크 전국 조사'에서 응답자 5만 5천명 중 90%가 가계부채를 호주의 국가적인 문제로 꼽았다.

호주의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120% 수준으로 129.5%의 스위스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호주인의 평균 주택담보 대출금액은 2001년 16만 호주달러(약 1억2천900만원)에서 2019년 35만 호주달러(약 2억8천200만원)로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20년간 지속된 주택가격 상승이 담보 대출금 급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증가한 가계부채 압박 때문에 호주 경제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소비침체를 겪고 있다.

올해 들어 호주중앙은행(RBA)이 3번의 금리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75%로 낮추었으나, 기대했던 소매경제 활성화나 실업률 호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호주의 부채 문제를 다룬 '크레딧 코드 레드'의 저자 이안 매닝 박사는 "은행권이 신규 대출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면 수요가 발생하고, 고용과 주택건설·매매가 활성화되던 공식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집값이 오르면 담보대출을 더 받아 주택 개조, 신차 구입, 여행 등 소비가 늘던 호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깨진 것이다.



대출금 상환 부담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은퇴하지 못하고 계속 일하는 호주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커틴 대학의 레이첼 옹 바이포제이 교수는 "40~60대에서 주택담보 대출금을 전액 상환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비해 은퇴할 확률이 4~5배 높다. 채무액이 10만 호주달러 증가할 때마다 50~60대 나이에도 계속 일해야 하는 확률이 18%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령층 뿐 아니라 여성들도 더 많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15세 이상 여성 취업자·구직자가 1990년대 초에는 전체의 51~52%인데, 지금은 61.2%로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매닝 박사는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고 호주 경제가 당장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신호'까지는 아니라도, 충분히 고위험 '오렌지' 경보 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dc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