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세운 英 환경운동단체, 웨스트민스터 페인트 공격 예고(종합)
기후변화 단체 '멸종저항', 열차 위에서 시위 벌이다 시민들에 제압
소방차 이용해 가짜 피 살포하기도…다소 과격한 퍼포먼스로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출근 시간대 열차를 멈춰 세웠다가 격분한 시민들에게 혼쭐이 났던 영국의 환경운동가들이 이번에는 웨스트민스터 주변에 대규모 붉은색 페인트 공격을 예고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이 오는 18일 웨스트민스터 주변에서 '피로 물든 손'(red handed)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씻어낼 수 있는 분말 스프레이를 이용, 주요 정부 부처 등이 몰려있는 화이트홀 거리부터 6개 기관 건물까지 행진하는 길에 흔적을 표시할 예정이다.
멸종저항은 "우리 행동에 책임을 지는 우리의 붉은 손들을 높이 치켜들 것"이라며 생태계 보호 등과 연관된 정책들을 각 부처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멸종저항은 정부가 기후 및 생태계 위기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지난 7일부터 이른바 '가을 반란'(Autumn Uprising)이라는 이름의 시위를 런던 도심 곳곳에서 이어오고 있다. 시위는 오는 19일 마무리된다.
이 단체는 지난 4월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진실 공개, 시민의회 구성 등을 요구하면서 런던에서 11일간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이어 7월에는 런던과 브리스틀, 리즈, 글래스고, 카디프 등 5개 도시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가 최근 다소 파격적이고 기괴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시위의 과격함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에는 영국 런던의 재무부 건물 인근에서 "환경을 죽이는 산업에 세금을 투자하지 말라"며 소방차를 이용, 환경파괴로 죽어간 생명을 상징하는 가짜 피(붉은색 식용색소) 1천800ℓ를 살포했다.
지난 17일 오전 런던 동부의 캐닝타운 역에서는 멸종저항 소속 운동가들이 열차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다가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제압당했다.
이들은 역내에 정차한 열차 지붕 위에 올라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 죽음'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탓에 열차의 운행이 중단되자 출근길을 서두르던 시민들이 행동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당시 영상에서는 한 남성이 뛰어올라 운동가 중 한명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운동가는 시민을 발로 차며 저항했지만 결국 열차 밑으로 떨어졌고, 이어 주변에 있던 분노한 시민들이 그를 에워싸며 아수라장이 됐다.
영국교통경찰(BPT)은 열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캐닝타운 역 등에서 시위를 벌인 운동가 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멸종저항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멸종저항 대변인은 "시위대는 생태계 위기로 인해 죽어가는 수천 명의 목숨을 위해 엄청난 희생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전기로 움직이는 도크랜드경전철(DLR)의 운행을 막고 공공교통을 방해한 운동가들의 행위가 '위선적'이라고 질타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도 시위대의 행동이 "위험하고 역효과를 낳는다"고 비판하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로운 시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멸종저항은 홈페이지를 통해 "시위에서 폭력이 있었던 것은 유감이며 사건이 이렇게 확대된 것에 대해 슬픔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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