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사코 부인했는데…멀베이니가 우크라 대가성 인정

입력 2019-10-18 07:09
트럼프가 한사코 부인했는데…멀베이니가 우크라 대가성 인정

美의 우크라 군사원조 보류가 민주당에 대한 수사압박 차원이라는 취지로 발언

WP "깜짝놀랄 시인"·CNN "충격적 인정"…우크라 의혹 핵심인물 가능성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 보류가 민주당에 대한 수사 압박 차원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민주당 관련 수사를 종용하는 과정에 군사원조 보류가 지렛대로 활용됐음을 고위 당국자가 공개 인정한 셈이라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듭 부인해왔다.

멀베이니 대행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문답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과거에 DNC(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 관련 의혹을 언급했었느냐고? 물론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원조를 보류한 이유"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전했다.

해당 의혹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고 해킹된 DNC 컴퓨터의 서버가 우크라이나에 숨겨져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음모론을 지칭한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이 조사에 나설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천100만 달러 규모의 미국 군사원조가 보류된 것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WP 등은 지적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한 기자가 "방금 얘기한 것은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보상대가) 아니냐"라고 추가 질의하자 "우리는 외교정책에 있어 늘 그렇게 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퀴드 프로 쿼'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에 있어 핵심쟁점이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 측에 대한 조사를 종용하는 과정에 주고받기식 대가성이 있었느냐를 파고들고 있다.

미 하원의 탄핵조사를 진두지휘하는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이 시점에 내가 말할 것은 한가지다. 멀베이니 대행의 시인은 상황이 '아주 아주 나쁨'에서 '훨씬 훨씬 나쁨'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팀 내부 논의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 멀베이니 대행의 이날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법률팀 인사들이 좀 망연자실한 것 같다고 전했다.

WP와 CNN방송 등도 멀베이니 대행의 발언을 전하며 '깜짝 놀랄 시인', '충격적인 퀴드 프로 쿼 인정' 등의 표현을 썼다.

멀베이니 대행은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 의혹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 때문에 주목받아 왔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현직 시절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해 '나는 멀베이니와 선들랜드가 꾸며낸 마약거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국가안보회의 전직 당국자의 비공개 의회 증언도 나왔다. 선들랜드는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 주재 미국대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그는 이날 의회에 출석, 비공개 증언을 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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