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리아 북동부서 5일간 조건부 휴전 합의(종합2보)

입력 2019-10-18 10:54
터키, 시리아 북동부서 5일간 조건부 휴전 합의(종합2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펜스 美 부통령 회담 후 발표

쿠르드 민병대 시한내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해야

사실상 터키 요구 조건 전면 수용…터키 외무 "휴전 아닌 작전 중단"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황철환 기자 =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YPG)의 철수를 조건으로 5일간 군사작전을 중지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17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회담 후 미국과 터키가 5일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쿠르드 민병대원들이 안전지대에서 철군한 이후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서 완전히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터키의 작전은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 조건은 YPG가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하는 것이다.

시리아서 터키 휴전 합의…트럼프 "미국, 터키, 쿠드르에 대단한 날" / 연합뉴스 (Yonhapnews)

펜스 부통령은 "터키 측은 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YPG의 철수가 완료된 뒤 모든 군사작전은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과 접촉 중"이라며 "그들은 철수에 동의했고 이미 철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YPG와 함께 "향후 120시간 동안 평화로운 철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휴전이 영구화하면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을 철수한다는 당초 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터키에 가했던 제재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이 격돌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던 북부 도시 코바니에 대해서도 터키가 군사작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SDF를 지휘해 온 마즐룸 아브디 사령관은 "휴전을 준수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라스 알-아인과 탈 아브야드 사이 국경 지대에만 한정된 조처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제프리 시리아·반(反) 이슬람국가(IS) 동맹 특사도 기자들에게 쿠르드족 전사들이 이런 결과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당근과 채찍"으로 합의를 강요했다고 여긴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코바니의 SDF 지휘관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휴전은) 시작일 뿐"이라면서 터키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특사는 터키군의 안전지대 주둔은 일시적이라면서 미국은 시리아와 터키의 기존 국경을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또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휴전이 아니라 일시적 작전 중단일 뿐"이라면서 "휴전이란 합법적인 권한을 갖는 당사자 간에 맺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쿠르드족 전사들이 중화기를 포기해야 하며 현재의 입지도 무너질 것이라면서 "테러를 저지르는 부류가 안전지대를 완전히 떠나면 우리는 작전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터키가 코바니를 공격하지 않기로 했다는 펜스 부통령의 말에 대해서도 "어떠한 확약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미국과 터키가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안전지대의 관리는 터키군이 맡게 된다.

이는 지난 8월 미국과 터키가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한 이후 터키가 요구해온 조건을 미국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미국과의 회담에서 정확히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국경 사이에 폭 30㎞에 이르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터키군이 안전지대의 관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터키는 길이 480㎞, 폭 30㎞에 이르는 안전지대에 주택 20만채를 건설하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 100만명 이상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해 미국의 동맹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터키는 YPG를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로 보고 최대 안보위협 세력으로 여겨왔다.

터키는 이미 수차례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시도했으나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한 미군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이후 IS 격퇴전이 공식 종료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준비하자 터키군은 다시 한번 쿠르드족을 격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와 터키 국경 사이에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터키도 큰 틀에서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양측은 안전지대의 규모와 관리 주체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며, 결국 터키는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해 '평화의 샘' 작전을 시작했다.

중화기와 제공권을 앞세운 터키는 탈 아브야드와 라스 알-아인 등 시리아 북동부의 요충지를 점령했다.

터키의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쿠르드족은 사실상 '독립국 건설'의 꿈을 접고 지난 13일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후 양측은 유프라테스강 서쪽의 요충지 만비즈에 병력을 집결하며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9일간의 교전으로 시리아 북부에서 민간인 218명이 숨졌으며, 650명 이상이 부상했다.

전쟁의 참화를 피해 대피한 피란민은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SDF에서 185명이 전사했으며, 친(親)터키 반군 연합인 시리아국가군(SNA)에서 164명, 터키군에서는 9명이 사망했다.

합의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터키에서 대단한 뉴스가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군사 활동을 개시하자 지난 14일 터키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터키와 쿠르드의 휴전 중재를 위해 펜스 부통령을 대표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터키에 급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의 대통령궁에서 1시간 30분 동안 펜스 부통령과 일대일로 만난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과 회담했다.

하지만, 미국 정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상원 본회의 연설을 통해 "오늘의 발표는 승리로 묘사되고 있지만,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정부에 터키가 "어떠한 명백한 책임도 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 팀 케인 상원의원도 "미국이 IS를 격퇴하는 것을 도운 쿠르드족을 시리아 북부의 고향에서 몰아내도록 한 터키를 도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상원의원들은 휴전 선언과 무관하게 터키에 대한 제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이날 터키의 시리아 내 쿠르드족 공격 중단과 철군을 재차 촉구했다.

정상회의를 위해 브뤼셀에 모인 28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오늘 발표된 미국과 터키의 공격 중단 발표에 주목한다"며 "터키는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군대를 철수하는 동시에 국제인도법을 존중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kind3@yna.co.kr,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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