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출신 전설적 발레리나 알리시아 알론소 98세로 별세(종합)

입력 2019-10-18 06:58
쿠바 출신 전설적 발레리나 알리시아 알론소 98세로 별세(종합)

쿠바 예술계의 아이콘…쿠바 대통령 "뛰어넘을 수 없는 유산 남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쿠바 출신의 세계적인 발레리나 겸 안무가 알리시아 알론소가 98세를 일기로 1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쿠바국립발레단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알리시아 알론소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고인이 이날 오전 심혈관 질환으로 수도 아바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알론소는 세계적인 발레 거장이자 쿠바의 대표적인 예술 아이콘이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발레리나에게만 부여되는 최고의 영예인 '프리마 발레리나 아솔루타'(Prima ballerina assoluta) 칭호를 중남미 출신 중 유일하게 받기도 했다.

특히 그의 '지젤'과 '카르멘' 무대는 전 세계 발레계의 찬사를 받은 전설적인 무대로 꼽힌다.

1920년 아바나에서 태어난 알론소는 열 살 무렵 무용을 시작한 뒤 16살 때 미국 뉴욕으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무용수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1938년 브로드웨이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고 1940년 지금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에 합류해 초창기 멤버로 활약하며 발레단이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쌓는 데 기여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공연하던 알론소는 고국의 무용 발전을 위해 쿠바로 돌아와 194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발레단을 설립한다. 이 발레단은 이후 쿠바국립발레단으로 이름을 바꾸어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는 바티스타 군부 독재 시절 다시 쿠바를 떠났다 1959년 쿠바혁명 이후 돌아왔고, 피델 카스트로 정권의 지원을 받으며 쿠바 발레를 전 세계에 알렸다.

알론소는 스무 살 무렵 망막 박리 진단을 받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는데 시력을 상당 부분 잃은 채 상대 무용수의 움직임과 무대 조명에 의지해 공연을 펼쳤다.



시력의 한계를 딛고 70대까지 무대에 선 알론소는 1995년 이탈리아 공연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후에도 쿠바국립발레단의 단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무용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알론소가 말년까지도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점, 그리고 카스트로 정권과 오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점은 일각에서 비판을 불러오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알론소는 쿠바인의 큰 사랑을 받았고 쿠바 예술계에 상당한 자취를 남겼다. 지난 2016년 쿠바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쿠바 국민을 상대로 역사적인 연설을 한 곳도 고인의 이름을 딴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이었다.

이날 알론소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쿠바는 애도 물결로 가득 찼다.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는 "88년간 무용수였던 우리의 알리시아 알론소가 세상을 떠났다"며 비보를 알리고, 알론소의 발자취를 조명했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트위터에 "알리시아 알론소는 떠났고 우리에게 엄청난 빈 자리를 남겼다"며 "그러나 동시에 뛰어넘을 수 없는 유산도 남겼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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