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학교 '집단괴롭힘' 54만건 역대 최다…자살자수도 가장 많아
자살 아동·청소년수 332명으로 1988년 이후 최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작년 일선 학교에서 벌어진 집단 괴롭힘 인지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해 일본 교육 당국에 비상에 걸렸다.
집단 괴롭힘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동·청소년의 수 역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7일 NHK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작년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괴롭힘 인지 건수가 54만3천933건으로, 전년도 대비 12만9천555건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NHK는 집단 괴롭힘 인지 건수가 늘어난 것은 국가 차원에서 교육 현장에 조기 발견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집단 괴롭힘 인지 건수의 상당수인 84.3%는 집단 괴롭힘이 3개월 이상 사라지는 '해소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선 학교들이 집단 괴롭힘의 해결을 서두르면서 형식적인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NHK는 설명했다.
문부과학성은 이날 작년 일본에서 자살한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의 수가 332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8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작년보다 32.8%나 늘어난 것이다. 자살한 아동·청소년 중에는 남성이 193명, 여성이 139명이었다. 초등학생이 5명, 중학생이 100명, 고등학생이 22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자살 건수의 58.4%는 자살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사례가 집단 괴롭힘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밝혀진 자살 원인 중에는 '가정 문제'가 41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모 등의 꾸짖음'과 '진로 고민'이 각각 30명과 28명이었다. 집단 괴롭힘은 9명에 그쳤다.
아동·청소년 자살의 증가는 기성세대의 자살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어서 일본 교육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작년 전세대의 자살자 수는 2만598명으로, 9년째 감소했다. NHK에 따르면 과거 가장 많았던 시점의 60% 수준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마쓰모토 도시히코(松本俊彦) 국립정신·신경연구센터 부장은 "국가적으로 중고년의 자살 감소에 역점을 둬왔지만, 아동 자살에 대한 대책에는 과제가 많다"며 "아동의 자살은 심리적인 요인이 커서 교육 현장에서 하나하나 상세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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