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여행객 급감 충격에 대체시장 개발 '안간힘'
가고시마, 대만 인플루언서 초청…오이타, 중국·영국 등 판촉행사
韓영향 애써 축소…요미우리 "한국인 체류 기간 짧고 지출액 적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8월에 이어 9월에 한층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일본 당국과 여행업계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7일 아사히(朝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규슈(九州) 등 한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 한국 외 지역의 여행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고시마(鹿兒島)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영향력이 큰 대만 누리꾼을 초청하는 비용 등 약 300만엔(3천275만원)을 추경 예산에 반영했다.
오이타(大分)현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현지 여행사 등을 상대로 계획하고 있던 설명·판촉 행사를 예정보다 앞당겨 이번 달 열기로 했으며 다음 달 영국, 12월 호주 등에서도 행사를 열어 여행객 유치에 나선다.
한국인 여행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쓰시마(對馬)시는 3천엔 할인 숙박 쿠폰을 다음 달부터 일본 내에 배포해 국내 여행객 유입을 도모하기로 했다.
독자적으로 국외에서 여행객 유치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일본 내로 눈을 돌린 셈이다.
일본 지자체들은 한국어 환영 현수막을 내거는 등 여행객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한국인이 갈수록 줄어들자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는 한국인 여행객 감소가 자국 관광업이나 지역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큰 가운데 시장의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최근 한국인 여행객이 7∼8할이 줄었지만 1박에 1만엔 이하 저렴한 숙소를 주로 이용하던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감소한 대신 2∼3만엔 수준의 더 비싼 시설을 이용하는 한국인 개인 여행자가 서서히 늘고 있다는 오이타(大分)현 여관호텔생활위생동업조합 간부의 발언을 17일 소개했다.
일본 관광산업에서 한국인 여행객의 역할을 애써 축소하는 듯한 시각도 보인다.
요미우리는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한국인 여행객의 일본 체류 기간이 짧고 지출액도 적다면서 작년에 일본에 온 한국인의 1인당 소비액이 약 7만8천엔(약 85만엔)으로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현재 일본에서 개최 중인 럭비 월드컵을 보러 온 부유층으로 추정되는 여행객들의 소비액이 1천57억엔(약 1조1천53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으로 보면 한국인 여행객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는 일본총합연구소 측의 관측을 전했다.
당장 어려움에 직면한 일본 여행업계는 럭비 월드컵 등 호재를 활용해 한국인 감소의 충격을 만회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관광국이 16일 발표한 9월 방일 외국인 통계를 보면 럭비 월드컵 참가국이 포함된 유럽과 미국, 호주에서 일본을 방문한 사람의 수는 작년 동기 대비 7만7천명 늘었지만, 9월 전체 일본 방문 외국인의 수는 작년 9월보다 5.2% 늘었을 뿐이다.
한국인 여행객의 비중이 워낙 큰 점을 고려하면 일회성 행사로 계속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작년 9월(47만9천733명) 대비 58.1% 줄어든 20만1천2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8월에는 일본에 한국인이 전년 동기보다 48.0% 줄었는데 한 달 사이에 감소 폭이 10.1% 포인트 확대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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