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터키내 美핵무기 배치' 천기누설로 도마
WP "기밀사항 여겨온 해외 핵무기 배치현황 사실상 확인, 프로토콜 깬 행동"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핵무기의 터키 배치 현황을 사실상 확인한 것을 두고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안보상 기밀 사항으로 여겨온 미국 핵무기의 해외 배치 현황에 대해 '천기누설'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들어가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휴전 선포를 못 한다'며 미국의 시리아 공격 중단 요구를 걷어찬 상황에서 터키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배치된 50개의 미국 핵무기의 안전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하느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우리는 자신이 있다. 우리에게는 매우 훌륭하고 막강한 공군기지가 거기에 있다"고 언급한 게 '화근'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종종 말해왔고 민감한 정보들을 반복적으로 노출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핵 무기가 터키에 배치돼 있다는 것을 사실상 확인해준 것은 오랜 프로토콜을 깬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2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 국무부와 에너지부 당국자들이 터키의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배치된 약 50개의 전술핵무기를 이동시키는 방안에 대해 조용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 군축협회(ACA)의 킹스턴 리프 국장은 WP에 "국방부는 터키든 그 외 유럽의 어느 나라든 핵무기의 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미 핵무기의 터키 배치는 사실 '공공연한 비밀'이긴 하다.
미 공군은 지난 2015년 회계연도 예산을 요구하면서 벨기에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5개 국내 '보관소'에 '특별한 무기'가 배치돼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의원연합 국방 안보위원회 소속인 캐나다 조지프 데이 상원의원이 '핵 억지의 새 시대, 현대화와 군축, 연합 핵전력' 보고서에 이들 유럽 5개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며 그 현황을 '노출'했다가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우리에게는 매우 훌륭하고 막강한 공군기지가 있다'며 인지를리크 공군기지를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았다.
나랑 교수는 WP에 "인지를리크는 터키의 공군기지이지 우리의 공군기지가 아니다"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현 여건대로 핵무기를 그대로 기지 내에 보관하든지 아니면 수송기를 보내 터키 영공 밖으로 빼내든지 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말에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핵잠수함 2척의 한반도 주변 배치를 자랑하는 등 기밀정보 유출로 논란을 빚어왔다고 WP는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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