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비스, 100년에 한번도 있기 어려운 폭우 동반했다"

입력 2019-10-16 12:55
수정 2019-10-16 16:19
"하기비스, 100년에 한번도 있기 어려운 폭우 동반했다"

日국책연구소 분석…동일본대지진 후 8년반만에 예비자위관 소집

일본 기상청, 42년만에 태풍 이름 붙이기로 결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에 뿌린 비가 100년에 1번도 나타나기 어려운 수준의 이례적인 폭우였다는 일본 국책 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일본 국립연구개발법인 방재과학기술연구소는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나가노현을 흐르는 강 지쿠마가와와 미야기·후쿠시마현을 지나는 하천 아부쿠마가와 유역에 내린 비에 관해 이같이 평가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소는 각지의 과거 30년간 자료를 분석해 100년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24시간 최대 강수량을 통계적으로 추산했는데 이번에 이들 두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이보다 많았다.

지쿠마가와가 흐르는 나가노시의 경우 100년에 한 번 최대 120㎜의 비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는데 12일 0시부터 13일 0시까지 24시간 동안 이보다 많은 약 130㎜(기상레이더 해석 기준)를 기록했다.

아부쿠마가와가 흐르는 후쿠시마시도 약 230㎜의 강수량을 보이며 최대 강수량 추정치(180㎜)를 넘어섰다.

일본 기상청은 하기비스가 상륙한 가운데 도쿄를 포함한 13개 광역자치단체에 수십 년에 한 번 발생하는 수준의 큰비가 예상될 때 내리는 '호우특별경보'를 발령했다.

연구소의 분석대로라면 하기비스가 뿌린 비는 이번에 기상청이 발령한 경보 수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 실종자가 계속 늘고 피해 규모도 초기에 드러났던 것보다 훨씬 커진 가운데 일본 정부는 각지의 자위대 파견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자위관 소집 명령을 내렸다.

예비자위관은 자위관이 아닌 이들이 공모를 거쳐 교육 훈련을 받은 후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소집 명령이 내려지면 임무를 수행하는 비상근 특별직 국가공무원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예비자위관 소집 명령을 내린 것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에 이어 약 8년 반만이다.

일본 기상청은 전례가 드문 큰 피해를 준 태풍 하기비스에 따로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통상 태풍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태풍 ○○호'라고 칭한다.

그간 일본에서 하기비스는 이름 없이 '태풍 19호'로 불렸다.

일본 기상청은 작년에 '대규모 손괴 1천동(棟) 이상, 침수 가옥 1만동 이상, 상당한 수준의 인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로 기준을 정한 바 있다.

하기비스는 전날까지 이미 1만채가 넘는 가옥 침수 피해를 냈고 다수의 인명을 희생시켰기 때문에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에 '레이와(令和) 원년(元年) ○○태풍'이라는 명칭을 붙일 방침이다.

레이와는 올해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계기로 올해 5월 1일부터 사용 중인 일본의 연호다.

일본이 태풍 이름을 짓는 것은 오키나와에 인접한 섬인 가고시마현 오키노에라부지마에 큰 피해를 준 1977년 태풍에 '오키노에라부 태풍'에 이어 42년 만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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