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금리 '역대 최저'…부동산 시장 영향줄까
전문가 "대출 규제 강하고 합동단속도 시작…영향 제한적"
서울 집값 버티기 요인 작용할 수도…청약·상가 선호 커질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가 2년 만에 다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이다.
금리 인하는 대출 이자 부담 감소로 부동산 시장의 투자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의 통설이다.
그러나 이미 시중의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져온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미미하거나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가 추가 자금 수요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폭 감소는 시중에 금리가 높아 돈을 못빌리는 게 아니라 대출 규제가 강해 빌릴 수 있는 대상이 줄어든 때문"이라며 "지금도 금리가 낮은 상태여서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이미 '실효하한'에 근접해 실질적 인하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최근 강세로 돌아선 서울 집값이 당분간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여력은 커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부 매도자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도 계획을 철회하고 보유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 이후 본격화될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 보상도 변수다. 제로 금리나 다름없는 은행 이자로 인해 토지 보상비가 부동산으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하는 신규 부동산 구입자나 차주의 이자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최근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커졌지만 부동산 외에 대체 투자처가 없고 서울 선호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에 서울 주택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11일부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실거래가와 중개업소 합동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당분간은 상승세가 주춤하고, 거래도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청약 시장에 대한 선호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공급감소 우려 등이 작용하며 서울의 청약가점이 크게 오르는 등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로 중도금 대출금리 부담이 줄어든다면 청약시장에는 더욱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과 금리에 민감한 상가·오피스텔 등 일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은행 금리가 떨어질수록 임대사업을 통한 월세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면서 규제가 많은 주택보다 상가 등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어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통상 구입시 대출을 많이 끼지 않는 토지보다 레버리지 기법이 활발한 상가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저금리로 인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선호 현상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실물경기 위축으로 거시경제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여서 부동산 시장에 반드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오는 상황에서 부동산 측면에서도 금리 인하를 좋은 신호로 보긴 어렵다"며 "부동산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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