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보고서 "한국손님 격감·수출 회복 전망 없어"

입력 2019-10-16 11:02
수정 2019-10-16 13:59
일본은행 보고서 "한국손님 격감·수출 회복 전망 없어"

일본여행 거부운동·수출규제 영향 공식화…아베 정권 부담 커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에서 확산하는 일본 여행 거부 운동과 일본이 강행한 수출 규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공식 보고서에 반영됐다.

일본은행이 15일 펴낸 지역경제보고서(사쿠라리포트)를 16일 확인해보니 한국인 여행객 감소의 영향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나타됐다.

예를 들어 "쓰시마(對馬) 시내에서 한국인 단체 손님의 취소에 의해 숙박 손님이 격감한 것 외에 나가사키(長崎) 시내에서도 8월 후반 이후 취소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나가사키 숙박업계의 평가가 보고서에 반영됐다.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의 행정기관은 "최근 일한 관계의 영향에 의해 주로 단체 손님을 받는 호텔이나 여관 등에서 손님 수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인 여행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나자와(金澤) 지역도 향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지역 숙박업계는 "최근 일한 관계의 영향에 의해 한국인 숙박객의 취소가 증가하고 있다. 숙박객의 전체에서 점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영향이 한정적이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 상황 우려는 수출 등 산업 분야에서도 표출됐다.

도쿄를 포함한 7개 광역자치단체와 야마나시(山梨)현·나가노(長野)현·니가타(新潟)현을 포괄하는 간토코신에쓰((關東甲信越) 지역의 수출 동향을 진단한 부분에는 수출 규제를 강화하니 한국기업의 재고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우려된다는 의견이 담겼다.

간토코신에쓰의 전자부품·장치 업체는 "한국을 향한 수출관리운용을 수정한 것을 계기로 한국 기업이 재고 늘리기에 나서면서 수주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대체 조달처를 확보해 국내기업(일본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상실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의 전자부품·장치 업체는 "올해 4월에 본래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던 한국용 스마트폰 관련 주문이 수출관리 정비의 영향도 있어서인지 회복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히로시마의 생산용 기계 업체는 "한국으로부터의 반도체 관련 공작기계 수주 감소가 이어지는 등 IT 사이클에 아직도 바닥을 친 느낌은 없고 회복 시기가 나날이 늦어지는 감각이 있다"고 반응했다.

다만 지역 경제의 한국 의존도가 낮은 지역은 일본 여행 거부나 수출규제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한국인 손님이 감소하고 있지만, 중국인 손님이 견인하는 형태로 면세품 판매는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나고야 백화점), "당 지역은 한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작기 때문에 최근 일한 관계에 의해 큰 영향은 없다"(홋카이도 하코다테 숙박업체)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전부터 일본에서는 업계를 중심으로 한국인 여행객 감소나 수출 규제로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보고서는 경기 판단 등에 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신중한 관점을 유지해 온 일본은행도 한일 관계 악화가 자국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일 관계에 관해 강경 노선으로 일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일본 주요 언론은 지역경제보고서에 담긴 한일 관계의 영향에 관한 부분에는 주목하지 않았으며 일부 지역에서 내놓은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에 초점을 맞췄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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