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에 돈줄 푸는 중국…대출 증가 속도 빨라져
9월 은행 대출 282조원 증가…역대 9월 중 가장 많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 인하 등 조치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 가운데 9월 중국의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9월 은행들의 위안화 대출 증가액은 1조6천900억 위안(282조5천342억원)이었다.
이는 시장정보 업체 차이신(財新)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 평균치 1조4천억 위안을 크게 웃돈 것으로서 통계가 존재하는 2001년 이후 역대 9월 증가액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9월 채권 발행액 등을 포함해 더 넓은 개념의 대출인 사회융자 증가액도 2조2천700억 위안으로 전달의 1조9천800억 위안보다 많았다.
이처럼 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은 중국 정부의 유동성 확대 정책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욱 빨라져 마지노선인 6% 경제성장률 달성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중국 정부는 올해 총 3차례에 걸쳐 전면적인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다.
또 지난 8월에는 대출우대금리(LPR)에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부여하고 점진적인 시중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연초 내놓은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시설 투자로도 경기 부양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경기 부양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월 대출 증가는 3분기 말에 대출이 증가하는 계절적 요인도 있겠지만 완화적인 통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랴오즈밍(廖志明) 톈펑증권 애널리스트도 차이신과 인터뷰에서 "제조업과 민영기업 등의 신용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유도가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안정적인 물가 관리와 경기 대응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 사이에서 중국 통화 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돼지고깃값 급등의 영향으로 전날 발표된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3.0%나 올라 중국 정부의 물가 관리 목표 한계치에 육박했다.
반대로 산업 활력과 관련된 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은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중국의 심각한 부채 문제는 오랫동안 '회색 코뿔소'(Grey Rhino·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로 불릴 정도로 중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간주됐다는 점에서 중국이 앞으로 경기 둔화에 대처해 통화 완화 정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전문가들도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주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이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때 부채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통화 정책을 통한 추가 부양이 만일 필요하다면,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추진했던 성공적인 정책과 반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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