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줄리아니는 모두를 날려버릴 수류탄'…우크라 압박 반대"

입력 2019-10-15 18:00
"볼턴 '줄리아니는 모두를 날려버릴 수류탄'…우크라 압박 반대"

"바이든 수사 압박작전을 '마약거래'라 부르며 '관여 안하겠다' 발빼"

트럼프 백악관 前고문 피오나 힐, 하원 탄핵조사 청문회에서 진술

"줄리아니 측근들, 우크라 관리들에게 정상회담 고리로 바이든 수사 압박"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고리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비리 수사를 압박한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상황은 '수사 압박' 논란을 낳은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문제의 전화 통화가 이뤄지기 보름 전 백악관에서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의 측근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만나 바이든 수사에 대해 논의했고,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러한 압박 작전을 "마약 거래"라고 부르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NSC에서 유럽·러시아 정책을 담당한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고문은 14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하원 정보·외교·정부개혁감독위 등 3개 상임위가 개최한 비공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백악관 회동은 지난 7월 10일 백악관 내 볼턴 보좌관의 방에서 이뤄졌다. 볼턴 당시 보좌관과 힐 고문, 줄리아니 변호사의 측근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와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특사, 그리고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참석했다.

애초 회동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에 NSC 기술 지원을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개최를 열망했다.



볼턴이 정상회담 약속을 피하려 하자, 동요한 선들랜드 대사가 백악관이 추구하는 수사를 우크라이나가 개시하면 정상회담을 하기로 믹 멀베이니 대통령 비서실장 대행과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힐 고문은 진술했다.

볼턴 보좌관은 즉각 회의를 끝내고 힐 고문과 함께 방을 나갔으나, 선들랜드 대사는 아래층에 내려가 추후 조치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볼턴 보좌관은 힐 고문만 보내며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힐 고문은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선들랜드가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들 헌터가 이사로 재직 중인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부리스마'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힐 고문은 선들랜드 대사에게 우크라이나 관리들 앞에서 왜 이 문제를 거론하는지 물으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선들랜드 대사가 어느 순간 줄리아니를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볼턴 보좌관은 NSC 수석 법률 담당자인 존 아이젠버그 백악관 부법률고문에게 이 문제를 보고하라고 힐 고문에게 지시했다.

힐 고문은 당시 볼턴 보좌관이 "나는 선들랜드와 멀베이니가 꾸며낸 어떠한 '마약 거래'에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힐 고문은 볼턴 보좌관이 줄리아니의 '작전'에 대해 자신에게 우려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며, "줄리아니는 모든 사람을 날려버릴 수류탄"이라고 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NYT는 추후 트럼프 의혹이 담긴 내부 고발장을 접수한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 감찰관이 전화를 걸어 협의한 백악관 인사가 아이젠버그 부고문이라며, "두 사람은 몇주에 걸쳐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내부 고발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힐 고문은 이날 9시간 넘게 이어진 비공개 진술에서 당시 회동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행정부 인사들의 우크라이나 압박 노력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들이 매우 놀라고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의 공식 보좌관들은 이 같은 '불량 작전'(rogue operation)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저지할 힘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힐 고문은 또 지난 5월 갑자기 교체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의 사임과 관련해 자신은 거듭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고 말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줄리아니의 우크라이나 압박 협력 요청을 거부해 해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주 하원 청문회에 출석,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대사직에서 축출하기 위해 국무부를 압박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NYT는 "이번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우크라이나에서 민주당에 피해를 주는 정보를 빼내려는 줄리아니의 노력이 백악관 내부에서 얼마나 분열을 일으켰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힐 고문은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와 정보기관을 거쳐 2017년 백악관 NSC에 입성했으며, 문제의 '백악관 회동'이 열린 지 나흘 후인 7월 19일 백악관을 떠났다. 볼턴 보좌관은 이 회동으로부터 두 달 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트윗 해고'를 통보받았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