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통령 "美 제재 풀면 협상…트럼프 변덕 탓 대화 난관"
"UAE와 관리 교차 방문…관계 개선 흐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연 기자회견에서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핵협상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미국과 대화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아 '쇼'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우리의 국익이 협상과 대화를 통해 보장되는지에 관심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미국이 지난해 재개한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기꺼이 주요 6개국과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대화의 선행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내건 것은 이란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지만, 핵문제를 놓고 주요 6개국과 대화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현행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약간 변경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추가의정서의 의회 비준을 핵합의에서 정한 시점보다 당길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어 "자고나면 다른 말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성격 탓에 예측 불가해진 미국과 대화가 매우 어려워졌고 이는 전 세계 지도자가 모두 지적하는 사실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 측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핵합의 이행 수준을 단계적으로 계속 감축하겠다고 경고했다.
터키의 시리아 북부 공격에 관한 질문에는 "시리아 북부(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우려를 잘 안다"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터키가 그런 방식(군사 공격)을 택한 것을 용인할 수는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터키 대통령에게 '가장 좋은 해법은 시리아 북부에 시리아 정부군이 주둔하는 것이다'라고 제시했다"라며 "터키는 군사 작전이 끝나면 시리아를 떠나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와 관계가 최근 몇달간 개선되는 흐름이라면서 "이란과 UAE의 관리가 상대방 국가를 교차 방문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UAE는 사우디의 대이란 적대 정책과 예멘 내전 개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조했지만, 최근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으로 이란으로 향하는 중계무역과 우회 금융이 사실상 끊기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UAE가 6월 예멘 파병군을 대규모로 철수하자 이를 두고 UAE가 사우디의 강경한 외교 정책에서 발을 빼고 이란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예멘 내전과 관련해서는 "중동의 현안을 푸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다"라며 "예멘에서 휴전이 성사된다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긴장을 포함한 여러 문제가 풀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