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기금 "세계 어린이 3명 중 1명꼴 영양실조·과체중"
5세 미만 절반, 비타민 등 부족으로 '숨은 기아' 겪어
"가난한 공동체에 가장 큰 부담, 빈곤의 영속화…바른 음식 먹여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전 세계 5세 미만 어린이 3명 중 한 명이 영양불량으로 인한 발육 부진과 쇠약, 과체중을 겪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유니세프는 이날 발간한 '세계 어린이 상태 2019' 보고서에서 이런 어린이들은 이후에도 평생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니세프의 헨리에타 포어 총재는 "어린이가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으면 그들의 삶도 형편없어진다. 우린 건강한 식사를 위한 싸움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가 이런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5세 미만 어린이 중 거의 2억명이 발육 부진(stunting·1억4천900만명)과 쇠약(wasted·5천만명)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과체중 미성년자(5∼19세)의 비율도 2000년 10명 중 1명꼴에서 2016년 5명 중 1명꼴로 급증하면서, 약 7억명의 세계 어린이 중 3분의 1가량이 가시적인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전만 해도 과체중은 빈곤 국가 어린이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현재는 저소득 국가 네 곳 중 세 곳에서 5세 미만 어린이의 최소 10%가 과체중 상태로 집계됐다.
이번 보고서의 편집을 담당한 전문가 브라이언 킬리는 값싸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정크푸드가 문제를 더욱 악화하고 있다면서 "어린이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을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타민과 필수 미네랄 섭취가 부족한 탓에 발생하는 영양불량인 '숨은 기아(hidden hunger)'도 심각한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세 미만 어린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3억4천만명이 숨은 기아를 겪고 있으며, 이런 어린이들은 면역 약화와 시력·청각 장애, 빈혈, 지능 저하 등을 겪을 수 있다.
유니세프의 영양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전문가 빅토르 아과요는 "영양부족과 필수적 미량원소 결핍, 비만의 3가지 문제가 같은 나라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모든 형태의 영양불량은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공동체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해 빈곤의 영속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태아가 착상한 뒤 1천일간이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발달의 기초가 되는데도 6개월 미만 영아 5명 중 2명만 모유로만 수유한다면서, 2008∼2013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분유 판매가 41% 급증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수확량 감소로 식생활 패턴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면서 모든 어린이의 건강한 식사를 '정치적 우선순위'로 둘 것을 촉구했다.
포어 총재는 "영양불량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어린이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주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바른 음식을 먹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서 한국의 취학 연령대 미성년자(5-19세) 과체중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27.63%에 이르러 1990년보다 94.9% 급증한 것으로 기재됐다.
한국 5세 미만 어린이들의 발육 부진과 중등도 이상 쇠약 비율은 2013∼2018년 기준으로 각각 3%와 1%였고, 과체중 비율은 7%였다.
같은 기간 북한 5세 미만 어린이의 발육부진 비율은 19%에 달하며, 중등도 이상 쇠약과 과체중은 각각 3%와 2%로 집계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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