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평화안 '난관'…대규모 시위대 "러에 항복" 반발
젤렌스키 대통령, 자유·공정선거 통해 특수 지위 부여 계획
민족주의·극우단체·참전용사단체 주도 1만명, 반대 집회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우크라이나에서 동부 분리주의 세력 장악지역에 대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방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약 1만명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동부 평화구상에 항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우크라이나 '국토수호의 날'을 맞아 극우단체와 민족주의단체, 참전용사 단체 등의 주도로 열렸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국기와 야당 깃발을 들고 행진하며 "조국에 영광을! 항복 반대!" 등을 외쳤다.
일부는 참전용사 기념비와 묘지에 바칠 조화를 들고 행진했다.
정부는 경찰을 키예프 주요 지점에 배치하고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위대에 폭력을 자제하라고 촉구하면서, 정치적 '선동'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시위대가 외친 '항복'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한 동부 분리주의 지역 평화구상을 가리킨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2014년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분리주의 세력에 장악됐다. 우크라이나군과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사이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1만3천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젤렌스키의 계획은 자유·공정선거 시행을 조건으로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에 특수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전쟁 종식이라고 강조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고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했다.
러시아에 강경 대응을 고수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을 꺾고 올해 5월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포로셴코와 견줘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후보 시절 러시아와 대화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공개한 평화구상은 참전용사와 야권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시위에 참여한 참전용사 예벤 필리펜코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구상을 '배신'으로 부르며 분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야당 '유럽연대당'을 이끄는 포로셴코 전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동부 평화방안에 반대했다.
포로셴코 대표는 앞서 지난주 "우리는 참전용사들의 행동과 목소리로부터 연대를 느낀다"며 " 우리는 결코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나라를 마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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