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 터키 국경에 배치…국가 간 전쟁 확산 우려

입력 2019-10-14 18:54
수정 2019-10-14 20:03
시리아 정부군 터키 국경에 배치…국가 간 전쟁 확산 우려

알아사드 정권, 터키 접경 탈 탐르에 병력 배치

정부군 개입으로 전황 변화 예상…러시아·이란 입김 커질 수도

터키 국방부 "작전 개시 이후 테러리스트 550명 무력화"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의 공격을 받은 쿠르드족의 지원 요청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이 터키 국경 지역에 배치됐다.

그간 터키군의 일방적인 공세가 계속됐으나 알아사드 정권이 쿠르드족을 지원하면서 전황의 변화가 예상된다.

아울러 국가 대 자치정부 수준의 전투가 터키와 시리아 사이 국가 간 전쟁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졌다.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와 이란의 비호 아래 정권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와 이란의 입김이 북동부 지역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리아 국영 사나(SANA) 통신은 14일(현지시간) 정부군이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국경에서 20㎞가량 떨어진 탈 탐르 마을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사나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탈 탐르로 이동한 병력의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터키의 침공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탈 탐르는 시리아 정교회의 중심도시로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에 점령됐다가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이 탈환한 곳이다.

앞서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과 알아사드 정권은 전날 손을 잡고 터키의 공격에 맞서기로 합의했다.

쿠르드 당국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 공격(터키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대처하기 위해 시리아군이 터키와의 국경을 따라 배치돼 SDF를 돕도록 시리아 정부와 협정을 맺었다"고 공개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어하기 위해 북동부를 비운 사이 민병대를 조직해 이 지역을 장악했다.

사실상 자치를 누리던 쿠르드족은 미국의 IS 격퇴전에 참여, 미국의 동맹 세력으로 입지를 다졌으며 '독립국 건설'의 꿈을 이루는 듯했다.

그러나 이웃의 지역 강국 터키는 YPG를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지부로 보고 자국 내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여겨왔다.

터키는 국경을 맞댄 시리아 북동부에서 YPG를 몰아내기 위해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했으나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에 가로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그간 미군은 터키의 위협에서 IS 격퇴전의 동맹인 쿠르드족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해왔으나, 지난 6일 미 백악관은 '돈이 너무 든다'는 이유로 터키의 군사작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불개입' 선언 이후 사흘 만에 공격을 개시한 터키군은 제공권과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14일 현재 시리아 북동부의 요충지인 탈 아브야드와 라스 알-아인을 점령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터키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 북부에서 반테러 작전을 시작한 이후 PKK/YPG 테러리스트 550명을 무력화했다"며 "국경에서 30∼35㎞까지 진격했으며, M4 고속도로를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알레포-알 하사카 도로로 알려진 M4 고속도로는 터키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곳에 있으며 시리아 북부의 국경도시인 만비즈와 쿠르드 자치정부의 수도 격인 까미슐리를 연결한다.

개전 이후 터키군은 국경에서 30㎞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터키가 유프라테스강 동쪽 시리아 국경을 따라 설치하려는 안전지대의 폭과 일치한다.



터키는 480㎞에 이르는 시리아 국경을 따라 터키군이 관리하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 100만 명 이상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작전 개시 이후 시리아 북부에서 42개 마을이 해방됐다"며 "24명의 테러리스트가 터키군에 항복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 역시 터키군이 최소 41개 마을을 장악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500명 이상을 무력화했다는 터키 국방부 발표와 달리 시리아인권관측소는 SDF 측 전사자를 112명으로 추산했다.

SDF는 터키군과 함께 쿠르드 공격에 가담한 친(親) 터키 시리아 반군 일파인 시리아국가군(SNA)도 81명의 전사자를 냈으며, 터키군에서도 8명이 전사했다고 전했다.

다만, 터키 국방부는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5명이 전사했다고 밝힌 이후 추가 전사자 유무는 밝히지 않고 있다.

양측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간인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격포를 이용한 SDF의 반격으로 숨진 터키 민간인 수는 현재까지 10명으로 알려졌다.

쿠르드 민간인 희생은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나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적어도 38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유엔은 터키의 군사작전이 시작된 이후 닷새 동안 13만명 이상의 쿠르드계 주민이 거주지를 떠났으며, 피란민이 4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이브더칠드런 등 인도주의단체들에 따르면 터키 국경에서 5㎞ 이내에만 약 45만명이 거주 중이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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