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내일 개원, 탄핵조사 가속…내부고발자 진술은 안 듣기로

입력 2019-10-14 14:28
美하원 내일 개원, 탄핵조사 가속…내부고발자 진술은 안 듣기로

'우크라 스캔들' 연루 美당국자 잇따라 소환…탄핵 증거 수집 박차

탄핵 개시 찬반표결 없이 '신속한' 조사 방침 고수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하원이 오는 15일(현지시간) 2주간의 휴회를 마치고 개원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하원은 15일 개원과 함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미 국무부 당국자들을 잇달아 소환할 예정이다.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하원 정보위와 외교위, 정부감독개혁위는 지난 2주의 휴회 기간에도 정상 가동하며 탄핵 공방의 고삐를 당겼다.

정보위 등은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와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의 증언을 들었고, 행정부를 상대로 자료 제출과 의회 증언을 요구하는 다수의 소환장을 발부했다.

하원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침대로 탄핵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원은 개원에 앞서 14일 피오나 힐 백악관 전 고문, 오는 17일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를 차례로 비공개회의에 출석시켜 진술을 청취하기로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문자메시지'로 파문을 일으킨 고든 대사는 국무부의 거부 지시에 따라 지난주 예정된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으나 하원의 계속된 압박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의 초점은 선들랜드 대사가 볼커 전 대표와 함께 우크라이나 정부가 바이든 부자 조사와 관련해 내놓을 발표문 초안을 대신 써주기까지 하며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에 따르면 선들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문을 발표하는 대가로 트럼프 행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을 제시했다'고 증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은 이 밖에도 국무부 유럽·유라시아국 소속 조지 켄트 부차관보를 불러 증언을 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소환장을 보내 요구한 자료 제출 시한도 대부분 금주에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백악관이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의회는 민·형사 소송을 통한 법정 공방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원은 지금까지 백악관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방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이자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을 정보기관에 고발한 내부고발자의 의회 출석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통한 신분 누설 우려가 제기되는 데다, 고발 내용이 녹취록과 다른 증인의 진술 등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하기 위해 내부고발자가 나설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미) 최고의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공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그가 반드시 보호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알려진 내부고발자를 "스파이"로 지칭하며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 주도의 탄핵 조사를 저지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공화당은 하원이 탄핵 조사를 개시하려면 전체 의원이 참여하는 표결을 먼저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헌법에 찬반표결 규정이 없는 만큼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묵살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절차상 하자' 주장을 일축하고 탄핵 추진의 동력 확보를 위해 지금이라도 찬반투표를 하자는 내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주 11일 전화 통화로 진행된 고위 당직자 회의에는 찬반표결이 아예 의제로 오르지조차 못했다고 AP통신이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탄핵 개시 이후 크게 올라간 탄핵 여론을 발판 삼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게 민주당의 의도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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